A : 새 업무 파악때까지 행동 나서지 말고

직속 부하들 생각과 스타일 분석하고

상사와 의논하여 협조관계 만들어야

새로운 리더가 오면 조직은 바빠진다. 리더는 '뭔가 보여 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조직원들 역시 새 리더의 업무 스타일에 적응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리더가 바뀌면 극심한 전환기를 겪게 되는 것이다.

마이클 왓킨스(Watkins)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신임 리더가 업무를 파악해 조직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는 평균 6.2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 기간을 그 절반인 90일 정도로 줄일 수 있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①미리 답을 정해 놓고 행동하지 마라

1997년 코카콜라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더글러스 아이베스터(Ivester)는 코카콜라 역사상 가장 뛰어난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ons Officer)였다. 그러나 그는 CEO가 된 지 2년 만에 이사회에 의해 쫓겨났다. 왜 그랬을까?

그는 CEO에 오른 후에도 공석이 된 COO를 새로 임명하지 못했다. 마음에 쏙 드는 후임자를 못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COO 역할까지 지속해야 했고 결국 새로운 비전을 내놓거나 전략을 세우는 CEO 본연의 업무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사례의 막팔아 팀장 역시 더 이상 영업부서의 실무자가 아니다. 그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실무자를 통솔하는 프로세스 또는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변신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역할에 맞게 자신의 마인드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아마도 막 팀장은 새 보직을 맡고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내 과거의 업적을 보고서 회사가 이 일을 맡긴 거야. 업무라는 게 얼마나 다르겠어. 다 하기 나름이지.'

이는 보직 변경이나 승진을 맞는 가장 일반적인 태도이자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이다. 더구나 막팔아 팀장은 자신의 과거 경험에 의존하면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위험한 리더는 이처럼 답을 미리 정해놓고 새로운 상황에 발을 디디는 리더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새로운 조직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조직을 끌고 나갈 수 없다. 막팔아 팀장은 하루 단위 계획표를 만들기 전에 새로운 업무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시작했어야 한다.

②학습 계획을 통해 신속히 새 조직을 파악하라

새 리더가 실패하는 이유는 새 조직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를 '학습 장애'라고 한다. 새로운 정보가 갑자기 쏟아지면 전체적으로 감 잡는 것도 힘들다. 이해가 안돼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사안에 헤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일주일, 한 달이 지나도 가장 큰 현안이 뭔지 파악조차 힘들다. 결국 막팔아 팀장처럼 '행동이 최선'이라는 식의 강박증에 빠지게 된다. 즉 학습을 멈추는 것이다.

막 팀장의 경우 그 대가는 혹독했다. 출시 시기를 앞 당기고자 했던 A신제품의 고객조사는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A신제품 출시의 배경이 되었던 B제품에 대한 밀어내기 식 판매는 영업출신 막 팀장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였는데도 나중에야 알았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막 팀장에게는 '나는 내가 아는 것만 가지고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무모한 자신감과 '빠른 시간 내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을 것이다. 학습 장애에 빠지지 않으려면 체계적으로 주변인 인터뷰와 각종 정보수집 등을 진행해 새 조직을 신속히 파악해야 한다. 재무 보고서, 전략 기획서 등 공식 자료뿐 아니라 네트워크, 조직 문화, 조직 내 역학관계에 관한 비공식적인 정보들도 신경 써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직속 부하들과 일대일 면담을 해야 한다. 질문은 가급적 길지 않고 단순화시키는 게 좋다. 동일한 질문을 던지면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팀원들을 통해 개인별 특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임원 이상의 리더일 경우에는 내부적 정보 수집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외부로 눈을 돌려라. 고객과 거래업체, 투자 분석가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덧붙이고 싶은 점은 막팔아 팀장의 신제품개발팀이 종래의 영업부서 같은 기능형 조직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막팔아 팀장이 가장 먼저 신경 썼어야 할 부분은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출신 팀원들이 가질 수 있는 생래적 거부감과 우려였다. 막 팀장은 팀원 면담을 통해 타 부서 출신 팀원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그들과의 업무스타일을 조정하는 일에 가장 주력했어야 했다. 하지만 막 팀장은 자신의 직속 후배들과의 술자리만 고집했다.

③상사와 협상 및 대화를 하라

의외로 신임 리더는 새로운 상사와의 관계 구축에 실패하곤 한다. 새로운 상사와 생산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협상'을 통해 향후 진행 방향을 정하는 게 좋다.

상사와의 협상에 실패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몇 가지만 들어보자. 급한 일이 있을 때에만 상사를 찾는다. 상사가 중시하는 영역을 파악하지 못한다. 상사와의 사전 합의를 무례한 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건수가 존재할 때까지 일단 피한다. 막 팀장은 김세심 상무를 멀리했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데 실패를 자초했다.

다음 네 가지 포인트를 기억하자.

첫째, 시간을 벌어라. 당신은 상사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90일의 시간을 주십시오, 첫 30일은 상황 파악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한달 후에 구체적인 평가 보고서와 향후 60일 동안의 목표 및 활동계획서를 제출하겠습니다." 둘째, 상사가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파악하라. 또한 당신에게 거는 단기적인 기대, 그리고 중장기적인 기대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셋째, 상사의 스타일을 파악하라. 상사는 어떤 대화 방식을 선호하는가? 일대일 대면인가, 서면인가, 전화나 이메일인가? 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는 얼마나 되고, 자신과 업무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가? 넷째, 상사와 함께 당신의 목표,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상사가 지원해 줄 수 있는 수단에 대해 협상하라. 목표 설정은 단기 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구별하는 게 좋다. 다시 막팔아 팀장으로 돌아가보자. 그가 꿈꾸었던 것처럼 신제품 개발로 대성공을 거두어 어느 날 갑자기 상사(김세심 상무)를 위해 깜짝 쇼를 하기란 쉽지 않다. 혹 자신의 입장에서 성공했다 하더라도 정작 상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가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처음부터 상사와 적극적으로 의논하여 냉철한 조언자이자 든든한 지원군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은 승리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다만 어이없는 실패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필요조건임에는 분명하다. 

[오정후 세계경영연구원 상무 jhoh@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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