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링크 참고


https://www.help-me.kr/lawyer/sangminlee/article/00008/ 



날 괴롭힌 그 사람, 고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성 | 이상민 변호사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미...소년 이상민 변호사입니다.
처음에 누가 미소년이라고 써가지고
어쩔수 없이 계속 쓸 뿐입니다.
어쩔수 없는거여요 호호호호 :)

“변호사님! 롤을 하다가 퍼블 내줬다고
싸우다가 흥분해서 부모님 욕을 했어요
롤하다 욕해도 괜찮지 않나요?”


8월 7일, 서든어택 칼전을 즐기고 있는데 Good***란 닉네임을 가진 한 유저가 심한 욕설을 하였다. 주어가 생략된 욕을 하였기에 '당신이 방금 내뱉은 말이 나를 지칭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니까 그렇다며 패드립을 시전하였다. 다행히도 내 아이디는 실명 이었고 특정성이 성립된다는 생각에 스샷을 찍기 시작하였다. 스샷을 찍는 와중에도 같은 패드립이 1~2번 반복 되었고 게임이 끝난 후 귓으로나마 사과를 받길 원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쌍욕 뿐이었다. 롤 고소 사례 및 판례에 대해 수도 없이 인벤에서 봐 온 지라 과연 실명언급이라는 특정성으로 무난하게 고소가 가능한지 궁금해졌고 이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차원에서 고소장을 접수하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패드립을 듣고 상당한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pc방에서 게임 중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컬러 프린트로 10장의 증거자료를 복사하고 4000원이 날아갔다. 집 주변에 지구대, 경찰서, 경찰청, 검찰청이 다 있는 구조라 참 다행이라 생각하며 우선 상담을 위해 지구대에 들렀다. 지구대에서는 두 분이 계셨는데 한 분은 '친고죄로 고소가 가능할 것이며 심하면 명예회손까지도 갈 수 있다'고 하고 다른 한 분은 '사이버모욕죄로 사이버수사대에 상담을 해보라'고 하며 기소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실명언급을 하였고 상대방이 내 실명을 언급하며 패드립을 시전했기에 난 다소 큰 희망을 안고 내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당일이 되었다. 클리어 파일에 깔끔하게 증거자료들을 나열 한 다음 가방에 넣고 인근 지방 경찰서로 향하였다. 난생 처음 가보는 경찰서였다. 입구에 들어서니 보초병 두 분이 지키고 있었다. 다가가니 무슨 용무로 왔냐고 물어보길래 사이버모욕죄 고소하려고 왔다고 하니 경찰카드를 주며 나올 때 반납하라고 하였다. 내부 1층에는 의자에 경찰관 한 분이 앉아 계시던데 또 무슨 용건으로 왔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을 듣고 나서는 해당 관련부서는 3층 오른쪽 끝에 있으니 그 쪽으로가서 상담하라고 안내를 해주었다. 3층에 올라가니 사이버수사팀 이라고 팻말이 써져있고 여러개의 방들이 주욱 들어서 있는데 층 중앙에 새겨져 있는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이다!'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중앙에 사이버수사대장이 있고 양옆으로 각 3자리씩 수사관들이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내가 들어와도 눈길 한번 안주고 업무를 보기 바빴다. 그러다 가장 앞에 있는 여 수사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슨 용무로 왔냐고 물어 보았다.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준비해 온 10장의 스크린샷을 보여주며 친히 작성해 온 a4용지 1매분의 정황설명서도 들이 밀었다. 수사관은 심각한 표정으로 한 2분정도 내용과 글을 읽어 보더니 말을 꺼내었다. 빙빙 둘러서 얘기 하였으나 결론적으로 '무슨 상황인지 알겠으나 특정성 문제로 기소까진 힘들 것 같다'라는 말이었다.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었다. 오로지 롤 챔피언 이름 만으로도 고소가 가능했던 사례도 많이 보았고 나처럼 게임아이디가 이름 석 자인 경우에는 더더군다나 특정성이 확립된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부분을 따지기 시작했다. 수사관은 말없이 인상만 찌푸리고 있다가 동료 수사관을 불러왔다. 동료 수사관은 30초정도 내 증거자료와 글을 보더니 똑같은 곳에서 꼬투리를 잡고 물고 늘어졌다. '특정성'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를 살짝 화나게 만들었다. 'xxx란 아이디를 본인의 이름이라고 주장하셨는데요.. 그 사람이 봤을 때 그것이 아이디인지 당신의 이름인지 어떻게 압니까?' 이런식으로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하며 나를 몰아세웠다. 진짜 기가막혀서 말이 안 나올 뻔 하였다. 바로 반론을 하였다. '누가봐도 이름 석자고 흔한 이름도 아닌데 특정성 성립이 안된다고요? 백번양보해서 그렇다치고 중요한 팩트는 제가 게임상에서 xxx란 게임아이디가 제 본명임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욕과 패드립을 했습니다'라고 하니까 또 수사관들의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든 그냥 보내자는 심보인데 날 납득시키지를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시끄러우니까 기어이 수사대장이 직접 나서게 되었다. 스크린샷을 쓰윽 보더니 특정성에 대해 몇마디를 했는데 내가 그제서야 납득이 갔다. 사이버모욕죄에 대한 판례 및 사례들을 쭈욱 보여주면서 단순 본명만 밝힌 사항에 대해서는 기각된 것이 수두룩하다는 증거자료를 보여주었다. 그렇다. 나는 단지 본명만 밝혔을 뿐 다른 것들은 일체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너무 맘상해하지말고 다음번에 왔을 때는 특정성을 명확하게 확립해서 와라. 우리도 도와주고 싶은데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라는 식으로 말하였다. 판례가 떡 하고 나와 있으니 어린 애 처럼 떼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충 납득을 한 뒤 집으로 갈 채비를 하였다.

그러면서 다른 수사관들에게 몇가지 더 물어보았다. '그렇다면 특정성을 어떻게 확립해야 하느냐, 욕설수위는 어느 정도면 고소가 가능하냐' 와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러자 수사관들이 직접 예시까지 들어가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다음과 같다.

 

1. 실명만 밝히는 건 특정성 확립이 불가능하다.

2. 실명+주소+폰번까지 밝혀도 소용이 없다. 오히려 불손한 목적이 있다고 의심을 받게 된다.

3. 오프라인에서 나를 아는 사람과 같이 게임을 하다가 욕설을 들었을 때는 100% 고소 가능하다.

3-1. ​위 조건이 성립하였을 경우 '욕하지 마세요' 같은 거부의사를 표현할 필요도 없이 캡쳐 후 바로 고소 가능하다.

3-2. '야 이 시x놈아'라는 단순 욕설 한마디도 고소가 가능하지만 확실한 기소를 위해서는 2~3번의 반복적인 욕설을 당했을 경우이다.

비록 욕설과 패드립을 난무한 녀석을 처벌하진 못하였으나 경찰서에 직접 가서 수사관들과 얘기를 하며 많은 것을 얻어 가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검증되지 않은 사례만 믿고 들어가서 우겨 댄 내 잘못도 있는 것 같다.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시 완벽하게 대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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