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부터 당분간 써 내려갈 주제는 형사와 관련한 것입니다. 제가 가진 경험이 뛰어나신 변호사님 들 보다는 적겠지만 적어도 수백건의 형사사건(성범죄, 재산범죄, 특수부 사건 등)을 경험하였으니 제가 가진 만큼은 여러분에게 나누어 드립니다.
경찰서에서 어느날 전화가 옵니다. 물론 보이스피싱이 아니라는 전제입니다만, 경찰관이 묻습니다. 이름이 뭐냐, 혹시 누구를 아느냐, 그 누가 당신을 고소했는데 조사받으러 나오라는 말이 이어집니다. 가슴이 쿵닥쿵닥 뒤면서 왜 무슨일이냐고 되묻지만 경찰관은 출석할 날과 시간 담당 형사의 이름을 말해주고 전화를 끊을 뿐입니다. 갑자기 멍해 지면서 왜 내가 조사를 받아야하지?라는 말만 입에서 되뇌어질 것입니다. 막막함이 잠시 가시면 그 고소인에게 전화를 걸지만 전화를 받지 않거나 경찰서에서 만나자는 말만 할 것입니다.
이때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 건 남편, 아내, 부모, 자식도 아닌 변호사입니다. 형사사건의 경험을 충분히 수련한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경찰서 출석하기 전에 상담을 해야 하며, 검찰, 법원으로 가면 갈 수록 늦습니다. 가장 빨리 가장 적절한 변호를 받는 것이 결국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이며 억울한 처벌을 피할 방법이기도 합니다.
일단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는 경우 고소인조사가 먼저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경찰관은 고소인의 입장에서 추궁하듯이 물을 것이며 내가 잘 못한 점과 잘한 점이 뒤섞여 있는 사실관계 중 어느 지점을 더 부각시켜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아마추어인 피고소인과 프로인 경찰관 사이의 승부는 이미 난 것과 같습니다. 경찰관이 일방적으로 조사를 마치고 다음에 다시 부르겠다고 하면서 가라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절반은 지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프로와 상대하기 위해서는 프로가 필요합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무슨 변호사냐하는 당당한 피고소인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의 기준으로 잘못한 것과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심지어 사기의 구성요건 조차 잘 알지 못하면서 내가 왜 사기꾼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일 수록 경찰서에서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정황을 더 자세하게 진술한 것을 보게 됩니다. 진술한 피고소인의 말은 강력한 증거가 되어 자신을 옭아매는 올무가 됩니다. 증거법칙에 대하여는 후술하겠지만 결국 초동대처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느끼게 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흑을 백으로 만들고 유죄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적어도 자신이 어떤 죄로 추궁을 어떻게 당하게 될지 그 것에 대한 가장 적절한 방어는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그 것이 자신이 행동한 것 보다 적어도 더 억울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피고인은 구속된 상태에서 저를 선임하면서 변호사 비용때문에 초동대처가 늦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변호사 비용을 걱정하다가 인생을 그르치는 우를 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실제 변호사 비용은 사건의 내용에 따라 다르며 실제 변호하여 피고소인이 보호받는 이익에 비추어 보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자 그럼, 이해하기 쉽도록 경찰단계, 검찰단계, 법원 단계로 나눠서 먼저 절차를 살펴본 다음 가장 빈번하게 논의되는 죄명을 기준으로 세부적인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고, 부수적으로 집행단계(구속 등)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 경찰관은 전화로 출석할 날과 시간을 정해서 통고합니다. 그날 일정이 좋으면 출석하여도 되고 만일 그후 사정변경이 생겨 몸이 아프다거나 일정이 새롭게 생겼다면 부담가지지 마시고 전화로 일정을 변경하시면 됩니다. 담당 경찰관이 혹시 일정변경으로 짜증이 나서 나에게 불이익을 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은 안하셔도 됩니다. 오히려 좋지 않은 몸 컨디션을 가지고 조사를 받는 것이 더 불리한 것입니다.
경찰서에 출석하면 경찰관이 신분증을 달라고 하고 통상 신분증을 컴퓨터 자판 앞에 놓아두고 조사가 끝나면 돌려줍니다. 조사 중 쉬는 시간에 임의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조사는 인정신문(죄를 인정할지 말지 묻는 것이 아니라) 누군지 이름 주소 전화번호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고소인이 누구이며 왜 고소한 것인지 그 요지를 들려 준다음 사실관계에 따라 조사가 이어집니다. 사실관계는 고소인이 고소장에 적은 피해사실을 말하는 것이며 그 피해사실이 진실인지 여부를 조사하게 됩니다.
만일 본인이 고소인이 주장한 사실관계를 모두 자백한다면 조사는 간단하게 정리되나 부인하고 죄를 다투는 경우는 조사가 1회로 끝나지는 않으며 추가조사가 이어집니다. 통상 2-3회정도 조사를 하고 경찰관은 일단 조서를 정리하여 검사에게 선송치(서류만 올려)하여 수사지휘를 받습니다.
관할 검찰청의 담당 검사는 경찰이 보내온 사건의 기록을 검토한 후 비미한 점에 대한 수사지휘를 내려 더 조사할 것을 명하거나 그대로 귀견대로 송치할 것이라는 부전지를 달아 기록을 올리라고 합니다. 그렇게 조사가 검찰로 넘어가면 드디어 검찰 사건번호가 새롭게 부여되며 사건의 관할은 검찰청으로 이관된 것입니다. 이렇게 송치된 날 경찰서에서 문자메시지가 옵니다. 금일 검찰청으로 송치하였습니다는 내용이죠.
다음 글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때 유의할 점을 기준으로 하나씩 설명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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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서 담당 경찰관이 진행하는 신문을 피의자신문이라고 합니다. 조사받는 시점에 피의자가 된 것입니다. 경찰서에서 고소장 그 자체로 죄가 성립될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을 하는 경우 고소장을 반려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고소한다고 하여 무작정 고소에 따른 조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죠. 그래서 일단 경찰관이 조사를 시작한다는 것은 어느정도 고소사실이 인정되는 경우로 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라는 의미도 되는 것입니다.
일반 민원신고사건, 인지사건(수사기관이 직권으로 조사하여 발견한 사건) 등과 피해자가 고소한 사건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고소사건과 차이가 있다면 고소사건에서는 이미 고소인의 조사가 이루어져 경찰관은 고소인이 짜 놓은 사실관계가 맞는지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피의자신문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고소를 당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경우 가장 신중하여야할 부분은 반드시 미리, 미리 그 고소인과 피의자인 본인간의 거래, 관계, 행적 등에 대하여 최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자료를 수집하여 정리된 증거자료(통장거래내역, 차용증, 각서, CCTV 영상)를 준비하여 가셔야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자료를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에 대하여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범죄는 구성요건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기죄는 단순히 남을 속여 먹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변제할 의사나 능력없이 타인을 기망하여 타인의 재물을 편취'함으로 성립되는 것이므로 각 구성요건, 의사나 능력의 존부, 타인성, 기망, 편취, 재물, 인과관계 각각에 대하여 따져서 법률적으로 검토가 선행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일은 일반인의 능력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초동 기준 변호사 상담료로 한시간에 대략 10만원 정도를 받는데 돈 10만원 정도면 일단 내가 어떻게 공격을 받게 될 것 같네.. 라는 판단은 드시게 될 것입니다. 전문가를 활용하시되 브로커랄지 감옥살이 좀 했다는 어설픈 전문가들은 되도록 멀리하시기 바랍니다. 크게 낭패를 보시게 될 것입니다. 장담합니다. 제가 선임한 분들 중 그렇게 심하게 고생을 하시다가 오신 분들도 계십니다.
오늘은 신문에 대비하여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준비하라는 말로 마무리합니다. 다음은 구체적으로 어떤 증거방법을 준비하여야 하는 지를 쓰겠습니다.
신문이란 죄의 성부를 묻기위해 그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경찰관은 전체적인 구성요건에 비추어 각 사실관계를 묻는데 예를 들어 사기죄로 고소된 경우, 먼저 인정신문(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을 한 후 '고소인을 아느냐'로 시작합니다.' 안다'고 대답하면 그 후 '2015.6.18. 고소인으로 부터 금 2천만원을 차용한 사실이 있나요?'로 묻기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답하면 '변제했는지, 변제하지 않았으면 왜 변제하지 않았는지' 묻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변제하지 않은 이유를 답하는 근거로 '대여가 아니라 투자를 받은 것이라 변제할 이유가 없다'고 대답하면 경찰관은 '피의자는 왜 처음에는 차용사실을 인정하면서 이제와서 차용이 아니라 변제하지 않아도 되는 투자라고 답하는가?'라면서 말꼬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첫번째 던진 질문이 문제의 함정인 것입니다. '차용의 의미를 잘 몰랐다'고하면 '돈 거래하는 사람이 차용의 의미를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박이 들어오고 말문이 막혀 답하지 못하면 '묵묵부답'하다고 조서에 남깁니다.
이 모든 조서작성과정이 한마디로 "피의자가 중언부언 일관성 있는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근거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예로 든 것은 지극히 일부 유도신문의 예입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기초사실을 충분히 묻고 만일 기초사실이 "차용한 것이 아니라 투자를 받았지만 회사가 어려워져 투자금을 상환하지 못했다"는 경우 그 사실을 경찰관도 숙지한 후 핵심 사실은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져 그 투자금을 받더라도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미필적 고의하에 투자금을 받아 이를 편취한 것인지 여부에 수사의 초점이 맞추어 지는 것"이 올바른 신문이고 조사입니다.
위 신문순서에 따라 신문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만 현실은 전혀 그 반대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그 결과 유도신문에 순발력 있게 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혐의를 더 받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게 되는 것입니다.
조사 전 법률적 개념이나 사용하는 언어들에 대하여 숙지하고 조사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변호사와 상담하여 과연 어떤 식으로 경찰관이 조사를 시작할 지 그 대강을 숙지하는 것이 무대책으로 조사를 받는 것 보다 이롭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마지막으로 유도신문을 당해 스스로 생각해도 횡설수설했다는 느낌이 들어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혹은 경찰관이 화를 내고 짜증을 내어 그 심기를 더 건드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경찰관의 의도에 벗어나지 않게 진술하려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경우에 대하여 말씀드립니다.
스탕달의 소설 '적과흑'의 주인공 줄리앵이 항소를 포기하고 사형을 달갑게 받는 것은 소설의 극적 효과로서는 어쩔 지 모르나 현실에서는 매우 어리석은 것입니다. 충분한 감형의 근거들이 있음에도 이를 미리 자발적으로 포기한 결과는 죽음이었습니다.
당부드리건대 경찰관은 피고소인의 상대방, 즉 고소인이라고보시면 됩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지위에서 조사를 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를 신문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다르게 기술되고 경찰관이 짜증을 내면 더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이상 스스로 흥분하거나 좌절하여 조사를 받기 어려우면 다음에 조사를 받겠다고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경찰관이 안된다고 하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게 해 달라고 하면 됩니다. 차회에 충분히 검토한 후 조사에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회에는 조서의 작성방법상 문제점을 집어 봅니다. 예를 들어 질문과 답이 뒤바꾼 조서들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