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장직] 직장 회식 때 술김에 무심코 상사의 부인에 대해 험담을 내뱉은 컴퓨터 기술자의 얘기를 들어보았는가. 이튿날 그는 ‘생산성 저하’라는 이유로 해고됐다. 새로 들어온 섹시한 인턴 사원과 밤새도록 놀다가 6주동안 사무실 동료들의 가십 대상에 떠오른 한 회계담당은 또 어떤가.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사기 양양을 위해 직장에서 회식 자리를 마련하는 게 사실이지만, 자칫 조심하지 않다가는 회식 자리가 죽음의 덫으로 돌변할지도 모른다. 회식 비용을 회사에서 지불하는 만큼, 어디까지나 직장 회식은 업무의 연속이다. 그런 만큼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회식 자리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어떻게 요령 있게 술을 마시는갗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1. 회식 자리에는 빠지지 말고 참석하라

많은 사람들이 직장 회식은 핑계를 만들 수 있는 한 가능하면 빠지는 게 상책이라고 충고하지만 회식 불참은 직장인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다. 직장 상사가 직원들을 평가할 때 업무 수행능력만 보는 게 아니다. 회사 문화와 어떻게 잘 어울리는가도 중요하다. 회사 차원의 모임에 참석한다는 것은 당신이 동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 만큼 사교적이고 모나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집에 급한 볼 일이 있는데도 2차, 3차까지 가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시간이 없을 경우는 일단 회식에 참석해 1시간 정도 있다가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다음 가장 가까운 출입문으로 슬며시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혹시 누구라도 먼저 자리를 뜨는 이유를 물어본다고 해도,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할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회식에 참석할 사정이 안 되는데도 다른 동료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시간을 낸 것이라고 말하라.

2. 자연스럽게 어울려라

직장 회식은 인맥을 쌓기 위한 훌륭한 기회다. 매일 친하게 지내는 몇명끼리면 밤새도록 시간을 보내지 말라. 직장은 고등학교가 아니다. 가능하면 모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특히 잘 모르는 사람과 대화의 시간을 가져라. 다른 부서의 직장 상사에게도 자기를 소개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그렇다고 기회주의자 같은 인상을 주면 곤란하다. 자신의 업적을 떠벌여 자랑하거나 밤새도록 자기 업무 얘기만 늘어놓지 말라. 직장 회식에서 성공하려면 자신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재미있고 사교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3. 마음을 열라

다른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게 인맥 구축의 전부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접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 항상 친절하고 남의 말에 귀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남들이 자신에게 쉽게 말을 걸어올 수 있으려면 바디 랭귀지가 매우 중요하다. 팔짱을 끼고 있다든지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사람에겐 접근하기 힘들다. 이러한 제스처는 “나에게 말 걸지 마세요”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 대화의 창구를 열어 놓으려면 주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얼굴에는 밝은 미소를 띠고 있어야 한다. 언제든지 악수를 하려면 한손은 비워둬야 한다. 스탠딩 파티에서 술을 마실 때는 왼손에 잔을 들고 있어야 오른손으로 악수할 때 축축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4. 말을 가려서 하라

직장 회식 때는 모두가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유심히 관찰하고 판단한다고 생각하라.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 회식 자리는 어디까지나 업무의 연장이다. 민감한 화제를 꺼내지 말고 부적절한 농담이나 남의 험담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자칫하다가는 엉뚱한 사람에게 공격을 가할 위험이 있다. 어떤 회사원이 회식 자리에서 골프는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1시간 동안 떠들었다가 그 다음날 해고된 적도 있다. 직장 상사가 가장 즐겨하는 운동이 골프였던 것이다. 회식 자리에서 열악한 근무 조건이나 회식 그 자체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지 않도록 주의하라. 회식 자리에선 항상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사고 방식과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5. 속도 조절을 잘 하라

직장 회식은 긴장을 풀고 편한 마음으로 직장 동료들을 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적당히 해야 한다. 공짜 음식이라고 해서 뷔페에서 과식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너무 큰소리로 떠들어서도 안된다. 특히 축제 분위기에서는 농담을 할 때 도를 지나치면 곤란하다.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특히 술마실 때 자신의 평소 주량을 넘어서는 안된다. 맥주 16잔을 마신 후 위스키 2잔을 마신 다음엔 판단력이 흐려져서 앞서 말한 회식 수칙을 지킬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 하나. 음주 후에 운전대를 잡지 말라. 운전 때문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지 않은가.

* 위의 글은 Dimitri A.C. Ly의 ‘Office Party Survival Guide’을 옮긴 것입니다.

이장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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