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귀검개편 전이다. 내가 갓 각성한지 얼마 안 돼서 아라드에 내려가 살 때다. 하멜른 왔다가는 길에, 언더풋으로 가기 위해 헨돈마이어에서 일단 걸음을 멈춰야 했다. 칸나의 잡화점 맞은편 길가에 장비를 강화해 파는 여인이 있었다. 고강 무기를 한 개 구해 가려고 강화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줄 수 없습니까?”했더니,
“호호~ 리볼버 하나 가지고 에누리 하겠어요? 비싸다면 다른 데 가서 하세요.”
대단히 뻔뻔한 여인이었다. 더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강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잠자코 열심히 강화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강화하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강화하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사실 피방 선불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강화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쓸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강화한단 말이오? 여편네, 외고집이시구먼, 피방 시간이 없다니까요.”
여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 사세요. 난 안 팔겠어요.”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피방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강화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요.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강화하다가 말면 곤란하죠.”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강화하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머리에 있는 비녀를 만지작 거리는게 아닌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리볼버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준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리볼버다.
피방 선불시간이 다 되고 시간 연장을 해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여인이다.’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여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그란플로리스 입구를 바라보고 섰다. 그때, 그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천계인다워 보이고, 부드러운 눈매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비녀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여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파티에 들어와서 리볼버를 내놨더니, 파티원은 강화 수치가 깎였다고 야단이다. 자신이 들고 있는 것보다 훨신 구리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파티원의 설명을 들어 보니, 어차피 레인저는 똥캐라서 자신의 10강이나 내가 들고 있는 5강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강이면 다른 사람들이 무시해서 파티에 잘 껴주지 않으며, 고강이면 상대방의 기대치만 높여 실망이 높다고 했다. 요렇게 강퇴하기도 껴주기도 애매한 수치는 좀체로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여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에 존재했던 고강무기는 혹 매물이 생기면 산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지른다고 하면 구경꾼이 몰려든다. 그러나 요새 고강무기는 매물이 생긴다고 해도 사람들이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는다. 강화를 할때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강화를 할때도 라이언 코크스를 하나하나 소중히 모아서 스피커와 모니터를 끈 후에 강화를 한 뒤에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난 뒤 다음 날에 접속해서 확인했다. 이렇게 하기를 12번 이상을 해야 고강무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중국인이나 작업장의 개인상점에 있는 라이언 코크스를 대량으로 산 뒤에 무기도 대량으로 사서 마구 지른다. 금방 뜬다. 그러나 유니크하지가 못하다. 그렇지만 요새 남이 /인포 하지도 않는 12강 따위를 며칠씩 걸려서 강화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아바타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아바타를 끼면 저것은 일반 아바타, 이건 상급 아바타, 또 저것은 레어 아바타로 구분했다. 레어 아바타란 아바타와 아바타를 바인드 큐브로 합성하고 또 합성하여 적은 확률로 나오는 아바타이다. 예전만 해도 레어 아바타만 봐도 'ㅎㄷㄷ님하 레밧 풀셋이네요'라며 존중해주었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보아도 흔하디 흔한 레어 아바타에 덜덜덜 떨어 줄 사람도 키보드를 두드려 레어 아바타를 칭찬 할 사람도 없다.
올드 유저들은 강화는 강화요, 피방비는 피방비지만, 강화를 하는 그 순간만은 오직 강력한 고강장비를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고강화 장비를 만들어 냈다.
이 리볼버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여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하던 말은 “그런 여인이 나 같은 뉴비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강력한 장비가 탄생할 수 있담.”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여인을 찾아가서 왕가의 목걸이에 한정 55제 레어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하멜른 가는 길에 그 여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여인이 앉았던 자리에 여인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여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저멀리 그란플로리스의 입구를 바라다보았다. 푸른 창공에 날아갈 듯한 나뭇가지 끝으로 흰 구름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때 그 여인이 저 구름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리볼버를 강화하다가 우연히 나뭇가지 끝의 구름을 바라보던 여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歷戰長竿强化(역전로드강화)하다가 間隔于隕落(빈틈에드랍)!’ 오이모의 꾸준글의 내용이 새어 나왔다.
오늘, 던전에 들어갔더니 양민 레인저가 짤짤이를 하고 있었다. 전에 많은 몹들을 리볼버로 xxx xxx xxx 갈겨서 잡던 생각이 난다. 고강무기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짤짤이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레인저의 기본은 짤짤이’니, ‘난사를 배우면 신세계...는 페이크고 현시창’이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귀검사 개편 전 리볼버 강화하던 여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좀 싸게 해줄 수 없습니까?”했더니,
“호호~ 리볼버 하나 가지고 에누리 하겠어요? 비싸다면 다른 데 가서 하세요.”
대단히 뻔뻔한 여인이었다. 더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강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잠자코 열심히 강화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강화하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강화하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사실 피방 선불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강화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쓸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강화한단 말이오? 여편네, 외고집이시구먼, 피방 시간이 없다니까요.”
여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 사세요. 난 안 팔겠어요.”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피방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강화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요.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강화하다가 말면 곤란하죠.”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강화하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머리에 있는 비녀를 만지작 거리는게 아닌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리볼버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준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리볼버다.
피방 선불시간이 다 되고 시간 연장을 해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여인이다.’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여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그란플로리스 입구를 바라보고 섰다. 그때, 그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천계인다워 보이고, 부드러운 눈매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비녀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여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파티에 들어와서 리볼버를 내놨더니, 파티원은 강화 수치가 깎였다고 야단이다. 자신이 들고 있는 것보다 훨신 구리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파티원의 설명을 들어 보니, 어차피 레인저는 똥캐라서 자신의 10강이나 내가 들고 있는 5강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강이면 다른 사람들이 무시해서 파티에 잘 껴주지 않으며, 고강이면 상대방의 기대치만 높여 실망이 높다고 했다. 요렇게 강퇴하기도 껴주기도 애매한 수치는 좀체로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여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에 존재했던 고강무기는 혹 매물이 생기면 산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지른다고 하면 구경꾼이 몰려든다. 그러나 요새 고강무기는 매물이 생긴다고 해도 사람들이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는다. 강화를 할때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강화를 할때도 라이언 코크스를 하나하나 소중히 모아서 스피커와 모니터를 끈 후에 강화를 한 뒤에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난 뒤 다음 날에 접속해서 확인했다. 이렇게 하기를 12번 이상을 해야 고강무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중국인이나 작업장의 개인상점에 있는 라이언 코크스를 대량으로 산 뒤에 무기도 대량으로 사서 마구 지른다. 금방 뜬다. 그러나 유니크하지가 못하다. 그렇지만 요새 남이 /인포 하지도 않는 12강 따위를 며칠씩 걸려서 강화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아바타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아바타를 끼면 저것은 일반 아바타, 이건 상급 아바타, 또 저것은 레어 아바타로 구분했다. 레어 아바타란 아바타와 아바타를 바인드 큐브로 합성하고 또 합성하여 적은 확률로 나오는 아바타이다. 예전만 해도 레어 아바타만 봐도 'ㅎㄷㄷ님하 레밧 풀셋이네요'라며 존중해주었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보아도 흔하디 흔한 레어 아바타에 덜덜덜 떨어 줄 사람도 키보드를 두드려 레어 아바타를 칭찬 할 사람도 없다.
올드 유저들은 강화는 강화요, 피방비는 피방비지만, 강화를 하는 그 순간만은 오직 강력한 고강장비를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고강화 장비를 만들어 냈다.
이 리볼버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여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하던 말은 “그런 여인이 나 같은 뉴비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강력한 장비가 탄생할 수 있담.”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여인을 찾아가서 왕가의 목걸이에 한정 55제 레어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하멜른 가는 길에 그 여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여인이 앉았던 자리에 여인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여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저멀리 그란플로리스의 입구를 바라다보았다. 푸른 창공에 날아갈 듯한 나뭇가지 끝으로 흰 구름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때 그 여인이 저 구름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리볼버를 강화하다가 우연히 나뭇가지 끝의 구름을 바라보던 여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歷戰長竿强化(역전로드강화)하다가 間隔于隕落(빈틈에드랍)!’ 오이모의 꾸준글의 내용이 새어 나왔다.
오늘, 던전에 들어갔더니 양민 레인저가 짤짤이를 하고 있었다. 전에 많은 몹들을 리볼버로 xxx xxx xxx 갈겨서 잡던 생각이 난다. 고강무기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짤짤이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레인저의 기본은 짤짤이’니, ‘난사를 배우면 신세계...는 페이크고 현시창’이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귀검사 개편 전 리볼버 강화하던 여인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