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선데이

-동독 주민이 2류 국민이라고 느끼는 것은 정부 정책 때문인가.

“정부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 사이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의식 때문이다. 서독 사람들은 두 개의 독일 중에서 서독이 우월했기에 자신들이 더 나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동독 헌법보다 서독 헌법이 더 낫고, 서독이 이룬 게 더 많고, 동독 재건에 돈을 댄 것도 서독이고… 서독의 업적을 서독 사람들이 ‘개인화’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독이 망한 것은 공산주의 체제만이 아니라 동독 사람들이 무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계획경제에서는 사람들의 창의성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동독 사람들은 시장경제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를 몰랐고 서독 사람들보다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를 근거로 서독 사람들이 거만해졌다. 대화할 때 무의식적으로 동독 사람들이 모욕감을 느낄 만한 언행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심리적인 것만은 아니다. 동독 투자 자본의 95%가 서독 것이고, 동독 지도층 엘리트가 다 서독 출신으로 교체됐다. ‘3류 서독인들이 와서 1류 동독인들의 자리를 다 차지했다’는 말도 있다. 동독 사람들을 두고 ‘저 사람도 슈타지가 아니었을까’ 하고 의심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가 합쳐져서 오늘날까지 사람들이 눈높이를 나란히 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적 편견은 세계 모든 나라에 있다. 편견은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편견 해소보다는 일자리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두 가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자리는 당연히 중요하다. 인간적인 삶의 기본 조건이다. 그런데 지역색에 따른 차이가 과거 동·서독의 체제가 달라서 빚어진 차이는 다른 문제다. 체제의 편견이 만든 편견은 얼마든지 계몽으로 줄일 수 있다. 상대에 대한 무지는 편견을 갖게 하는 토양이다.”

-간극을 없애기 위해 동서포럼이 사용하는 구체적 방법은.

“매달 10명을 초청해 ‘삶의 이력(履歷) 대화’를 진행한다. 동독 사람 5명, 서독 사람 5명, 남자 5명, 여자 5명, 직업이 다른 사람, 정치적 사상이 다른 사람…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기준에 맞춰서 초청한다. 슈타지 요원이었던 사람, 슈타지 때문에 감옥에 갇혔던 사람, 대지주였던 사람, 전 대통령의 딸, 동독 국방부 장관을 지낸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대화 모임에 지금까지 1600명이 참석했다. 어느 정도 오피니언 리더라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353&aid=0000006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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