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반대편으로 가면 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난 이후로 계속 살아왔던 세계로.
하지만 그건 그녀의 세계는 아니다.
사랑하는 직장으로 돌아간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는 투영기와 영원한 시간뿐이다.
그치지 않는 비에 썩어 버린 현실과 그녀가 이야기하는 소박한 꿈을 교환하는
…. 그런 방법이 어디에 없는 걸까?
"저, 손님, 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뭔데?"
"손님은 신께 소원을 빈 적이 있나요?"
"아니…,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벌써 한 것 같은데."
"네, 손님께서는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변변치 않은 소원이었을 거야.'
라고 말씀하셨어요."
"기억력이 좋네."
"네, 전 로봇이라서 기억력이 좋거든요."
"네가 어떤 소원을 빌지는 아직 안 들었는데."
"네, 그 말씀대로예요."
"어떤 소원을 빌 거야?"
나는 그렇게 물었다.
그녀는 강한 빗줄기 속에서 멈추어 섰다.
그리고 나를 뒤돌아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
"천국을 둘로 나누지 말아 주세요. 전 로봇의 신께 그렇게 빌고 싶어요,
천국의 문이 인간과 로봇용으로 따로 나뉘어져 있다면 전 정말로 곤란해요.
전 천국에 가더라도 인간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거든요.
앞으로도 영원히 여러분들의 곁에서 일하고 싶어요."
정답을 바라는 어린애처럼 나를 쳐다본다.
"그래…?"
"네, 그래요."
수줍은 듯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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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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