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가입자 뺏자고요?"
'옛날식 영업' 보고에 성낸 SK텔레콤 김신배 사장
"새 시장으로 전체 파이 키워야죠"
고객 수 안늘려도 10조 목표 달성

관련링크
지난해 1월 SK텔레콤의 임원 업무 보고 자리. 매출 10조원 달성 전략 보고서를 읽던 김신배(사진) 사장이 순간 얼굴을 찌푸렸다.

김 사장은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곤란하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전체 파이를 키우지 않으면 10조원 달성 실패는 물론,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보고서의 표현이 너무 거칠다"고 꼬집었다. 그의 신경을 자극한 대목은 '경쟁사의 우량 고객을 집중 공략한다'는 부분이었다. 김 사장은 "경쟁사로부터 가입자를 빼앗아 와서 실적을 달성하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못박았다. 전투적인 용어에 익숙했던 임원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김 사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경영자다. 항상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큰 비전을 제시할 뿐 세부적인 집행은 전적으로 임직원들에게 위임한다. 그렇지만 경영 방침을 양보하는 법은 없다. 그가 제시한 방침은 '새로운 가치 창출'과 '글로벌 경영'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경쟁사 고객을 빼내 오지 않고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모두 늘렸다.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월 51.34%에서 12월 말 50.9%로 약간 떨어졌다. 고객 수를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 10조1611억원을 기록해 목표였던 10조원 벽을 뛰어 넘었다. 번번이 매출 10조원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지난해 초 SK텔레콤 내부에서는 "10조원 달성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매출과 함께 수익률도 크게 좋아졌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전년도보다 12.5% 증가했다.

김 사장의 '새로운 가치 창출' 방침에 따라 SK텔레콤은 지난해 세계 최초의 유.무선 통합 음악서비스인 멜론과 모바일 싸이월드 등 무선 인터넷의 콘텐트를 강화했다. 음성 통화 시장이 포화상태를 맞은 상황에서 무선 인터넷이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지난해 무선 인터넷 부문 매출은 2004년에 비해 35% 증가했다. 또 통신 선진 시장인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중 미국 전역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5월에는 자회사인 TU미디어를 통해 세계 최초로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 사장은 일본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NTT도코모가 KTF와 제휴한 것과 관련해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해외 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SK텔레콤은 미국과 베트남 지역 사업을 강화해 글로벌 이동통신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의 앞선 이동통신 기술은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체 시장 규모를 키워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며 "산업 간 융합.복합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경쟁보다는 다양한 업종의 파트너와 협력해 시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