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다닐 때 잠깐 학원에서 알바를 했던적이 있습니다.
이른 오후시간에는 초등학교 1-2학년이 대부분이었고
저는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이뻐서 말을 붙여보고자 물었습니다.
"xx는 나중에 크면 뭐가 되고 싶니?" 라고요.
xx는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1학년 여학생이었죠.
xx는 대답합니다.
"전 무조건 돈 많이 주는 정규직이요. 우리 아빠는 소방공무원인데 엄마가 소방공무원은 돈을 쥐꼬리만큼줘서 돈 많이주는데 가래요. 근데 비정규직은 안된대요. 그래서 전 꼭 돈 많이 주는 정규직 될거예요."
초등학교 1학년짜리의 대답을 듣고, 전 두 가지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첫째, 우리나라에서 '직업'이란 가치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벌이'에 의해 평가받는구나,
둘쨰, 8살짜리도 정규직에 목매다는 각박한 대한민국이구나
라는 생각들이 스칩니다. 위와같은 대답을 고등학생들이 한다해도 참 안타까울텐데, 그 대답이 초등학교 1학년짜리에게서 나옵니다. 
앞으로 이 아이는 삶의 기준과 방식을 '정규직'이 되기 위해 설정하게 되겠죠?
하지만 정규직을 채용하는 '대기업'들은 결국 학벌을 봅니다.
그 학벌이란 벼슬자리 하나 얻기위해 학창시절을 바치게 되겠죠. 
사교육비를 엄청 지불하면서 말입니다. 남들이 쓰는데 나만 안쓸수는 없습니다.
상대평가의 본질이죠. 입학정원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내가 공부하는 '적정한 수준'이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어떠한' 경쟁자와 경쟁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내 경쟁자들은 사교육을 받습니다. 
유럽의 경우는 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는 시스템이 절대평가입니다. 내 주변의 친구가 내 경쟁자가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인거죠. 국가에서 요구하는 '적정한' 실력에 도달하면 누구라도 대학에 가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 이라며 각성하는 언론도 적지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책임은 어느 누구의 책임도 결국 아닌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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