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공부하고 싶은가..

완전 불가능은 아니다.

이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한다.

실재로 나는 21사단 갔다왔는데, 내 동기는 여기서 공부해서 인제대 의예과를 군복무 중에 갔다.

면접은 상병 휴가를 땅겨서 갔다왔고, 포상휴가는 덕분에 어마어마하게 받았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가능했는데, 당신이라면 왜 못할까.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다.

1. 공군이나 카츄사 같은 부대를 간다.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공부 잘하는 애들이 몰려있는 부대들이 있다.
배운 애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구타 같은 것도 적고, 공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2.국방부나 기무사, 한미연합사를 간다.
이 건 빽없으면 졸라게 힘들다. 이런 데 역시 공부 잘 하는 애들이 많이 몰려있다.
오히려 더 많이 몰려 있다고 봐야겠지. 이 쪽 부대 애들도 얘기 들어보면 공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여기까지는 부대에 따른 거고, 이제는 개인이 일반 땅개 부대를 갔을 때의 경우를 살펴보자.

3. 땡보직을 잡는다.
군에 보면(연대급 이하) 가끔 장교도 없이 독립적인 공간을

이등병 때부터 가질 수 있는 아주 좋은 보직들이

있다. 간부도 기껏해야 한명 밖에 없는..이제 그 보직을 노려보도록 하자.

1)정훈병
연대 정훈병 (대대 정훈병은 확실히 아니고, 사단급은 정훈처에 속해서 아닌 걸로 알고 있다)은
정훈장교와 단 둘이 정훈과에서 근무를 한다. 우리 연대 정훈 장교는 성대 한문교육과를 졸업한
선생님 출신이였고, 정훈병은 성대 전자공학쪽을 다니다 온 놈이었는데, 둘이 아주 짝짝꿍이
잘 되서 같이 공부했다. 물론 아주 특수 케이스이긴 하지만, 정훈병은 대체로 하는 일도 없고,
간부도 정훈 장교 이외에는 거의 혼자이기 때문에 공부하기 아주 좋은 보직이다.

2)간부 이발병
근데, 이건 정말 밖에서 이발 배우다가 온 놈 아니면 힘들다. 그리고 이런 놈은 공부하고는
거리가 멀고..패션 잡지나 끄적일까..패스하자.

3)테니스 병
땡보같지만, 생각보다는 빡센 보직..간부 마누라 테니스 가르쳐주랴..
간부들 퇴근 시간 전에 테니스 장 정리하랴..
그러나 테니스장에는 테니스 병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테니스 병은 공부를 열심히 했지.
이쪽도 공부하고는 거리가 먼 편..

4)당번병
사회에도 잘 알려져 있는 딱가리..대대장(중령)부터 당번병이 붙는데,
집무실 옆에 당번병 대기실이 따로 붙어 있고, 당번실은 간부들이 감히 들락날락하기 힘들다.
특히 병사들은 더욱 더..그리고 대대장이 출타 중이라던가 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공부하기

굉장히 좋은 보직 중에 하나다.

5)군종병
연대급 이상 군종은 보통 내무실 생활을 안 하고, 교회, 절, 성당에 있는다.
거기다가 군종 목사, 법사, 신부님과 있으니 누가 터치를 할까..강추다.

6)관사병
BOQ나 간부들 숙소에는 관사병이 붙는다. 이 들 역시 간부들 난방이나 숙소를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일과시간 내내 여기에 있고, 일과 시간에 간부들은 당연히 일 나가 있으므로
혼자 공부하기 좋다

7)급수병
전방부대들은 대부분 지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급수병이 따로 있다.
이들은 펌프장에서 모터 켜놓고 자는 그런 알찬 보직이므로 역시 개인적 공간이 보장된다.

8)GOP 상황병, 급수병
GOP라고 땡보가 없는 건 아니다. 상황병은 12시간 근무를 서고 12시간 휴식 시간을 갖는데,
12시간 근무다 상황실이라는 데 앉아서 전화나 받는 것이므로, 아주 널럴한 편이라고 할
수 있지.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연대 작전병에 비한다면 약과
여기도 소대 단위로 급수병이 존재하는데, 낮에 펌프장 가서 펌프 켜고 지하수 캐다가
밤에 해지면 와서 자면 된다. 펌프장 가서 공부하면 된다.

이상은 연대급 이하 부대에서 이등병 때부터 공부가 가능한 여건을 가진 땡보들을 살펴보았다.

4.아주 운좋게 내무실 분위기가 널럴한 부대를 간다.
아주 낮은 가능성이지만, 요새는 마음의 편지 덕분에 이등병 때부터 책을 읽을 수 있는

부대도 많아졌다. 우리 소대의 경우는 천사표가 왕고가 되면서 이등병들도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줬다. 첨에는 눈치 보였지만, 나중에는 다들 보게 해주더군. 특히 GOP에서 이런 경우가

많다. GOP는 오락거리가 적기 때문에 고참들이 이런 배려를 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5. 깡으로 부딪쳐 보자.
나는 위 사항에 하나도 해당이 안 된다면 졸라게 암울한 거다.
그럼 부대에 가자마자 분대장이란 사람에게 개념없이 공부해도 되냐고 물어본다.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건의한다. 1달 정도 졸라게 쳐맞고 나면 왕고가 선언할 거다.
얘 공부하는 데 건드리지 마라. 내가 허락한다.
대신 너는 졸라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안 그럼 나중에 졸라 쳐맞지.
이게 가능하냐고?실재 사례를 들어주마. 내 동기였지만, 다른 중대였던 녀석이
외대 영문과를 합격한 후 바로 군대에 온 삼수생이었다. 그리고 고참에게 졸라게
두드려 맞아가면서 한달을 건의한 결과 공부하는 것을 허락받았고, 일병 때에 나가서 수능봐서
(1월 군번이었다)상병 때에 면접 보고 와서 인제대 의예과에 합격했다.인간승리지..
그리고 이 녀석 포상휴가로 두루마리 휴지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받았다.
니가 정말로 공부하고 싶다면 이 녀석 처럼 해봐라.

6.나는 저렇게까지 하면서 공부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적당히 눈치 안 보면서 공부하고 싶다면, 상병 달 때까지 기다려라.
보통 부대는 상병달면 책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럼 일과가 끝나고 난 후 공부하면 되는거다. 하지만, 일년만 지나면 이등병때와 달리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많이 줄어든다. 그리고 만사가 귀찮아지고, 너는 이미 TV에 중독되고 주변의 압박에 시달리고(ex:px,당구장,노래방:이 짬쯤 되면 이용이 가능해진다.)시간만 빨리 가길 바라는 마음에 공부하는 마음은 시들해질 거다. 나도 상병달면
공부해야지 했는데, 막상 그 짬 되서는 공부 하나도 안 했다. 책은 졸라게 많이 읽었지만..
진정으로 공부하고 싶다면 위에 5가지 중에 한가지를 꼭 잡길 바란다.

5줄 요약: 공부하고 싶다면 공군, 카츄사 같이 공부 잘하는 애들이 몰려 있는 부대로 가라

그 게 안 된다면 빽써서 국방부나 한미연합사 기무사 같은 부대를 빽써서라도 간다.

이 것도 여의치 않다면 일반 부대내에 있는 땡보를 노려본다.

이 것도 않된다면 깡으로 부딪쳐 보자.

맞는 게 무서우면 짬 찰 때까지 기다려라. 그런데 그 때가 되면 이미 공부에 대한 마음
은 사라지고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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