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쓰려고 하다가 글이 길어질 것 같애서..귀찮아서 안 쓰고 있는데 맘먹은 김에 쓴다.

아마도 가장 궁금할 것이다. 훈련병은 어떻고 상병은 어떻고 병장은 어떤지..

내가 나온 부대(육군21사단 65연대)를 기준으로 썼다.

약간씩은 다르겠지만, 대동소이할 거다. 어차피 행정병이나 소총수나 내무실

생활은 대략 비슷하더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훈련소 : 동기들만 있기 때문에 눈치 볼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이등병보다 낫다고 많이들

얘기한다. 나의 경우 좀 특수 케이스여서 훈련소가 더 빡셌다. 특히 골초로서 담배

를 못 피게 하는 게 최악이었다. 그나마 나는 사단 신교대여서 종교행사를 하면

다른 포병대대 사람들이 왔기 때문에 거기에 빌붙어서 많이 폈다.(요령껏 하면

필 수 있다.TIP:맨날 관물대 검사한다고 지랄하는데, 절대 안 한다. 검사 할 것

같으면 양말이나 전투화에 짱박으면 된다.) 정말 편지가 유일한 낙이다. 참 재밌는

건 군대가면 전부 다 사회에서 좀 놀다 왔다.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믿어줄 수 밖에

없고, 나름대로 그런 얘기 들어보는 것도 재밌을 거다. 매일 매일이 총들고 뛰어다니는

건데, 갑자기 사회에서 들어와서 졸라 적응 안 된다. 참고로 마지막 주가 가장 빡세다.

퇴소식 연습하는데, 이 때 투스타가 오시기 때문에 다리에 쥐날 때까지

사단가니 경례니 연습하는데 졸라게 지겹고 미칠 것 같았다. 퇴소하는 날은 군생활

끝난 줄 알았다. 근데 이제 정말 시작이다.

이등병 : 목이 항상 터져라 큰 목소리로 대답해야하고, 항상 뛰어다녀야 한다.

가장 불쌍한 시기. 이등병은 아래 자세한 글 있으니 대충 넘어가자.

정말 별 것도 아닌 것 같고 갈구는 게 짜증난다.

(TIP : 요새는 이등병이 아니라 이등별이라고 부르는데 마음의 편지 때문에 그런다.

근데 이거 왠만하면 쓰지말고 더러워도 참아라. 이등병 때는 이해 못하지만,

좀만 짬 먹으면 알게 된다. 이 거 쓰면 다른 부대로 전출 가는데(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군대란 게 좁은 곳이어서 금방 소문 퍼지고 전역할 때까지 인정 못 받고 힘들다.)

일병 : 누가 그랬던가..일만 해서 일병이라고..이제 군생활 좀 알 것 같은데..

위에선 일 시킬 땐 이제 알 때쯤 됐잖아라면서 갈구지만, 내무실 생활은 이등병보다

조금 나은 수준..졸라게 억울하다. 그리고 이등병은 아직 정체가 안 드러나서

(마음의 편지를 쓸 놈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얘기)잘 안 때리고 모른다고 넘어가주는

경우가 많지만, 일병은 얄짤 없다. 오히려 개 갈굼에 구타는 더 당한다.

상병 : 일-이등병들이 보기에 상병만 되면 사람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색히들이

지네하고 전생에 무슨 원수가 졌길래 나한테 이리도 지랄거리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이 때가 되면 알게 된다.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라는 걸.

병장들이 내무실 분위기 맘에 안 들면 또 지 짬이 있다고 전체에겐 지랄 안 하고,

상병만 조용히 불러내서 갈군다. 만약에 안 때리는 놈이면 니 손만 깨끗하냐, 씹새야..

로 시작해서..계속 안 때리면 결국 상병이 쳐 맞는다. 내가 그 케이스였다.

상병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뉘는데 꺾인 상병과 안 꺾인 상병이다.

안 꺾인 상병은 일-이등병을 집중적으로 괴롭힌다. 상병 꺾인 놈한테 압박이 많이 들어

온다. 보통부대가 이 정도 쯤 되면 책을 읽을 수 있다.

꺾인 상병. 이 들이 보통 실세로 불리우는 인간들이다. 이들이 내무실 뒤집을 때는

병장들도 조용히 자리를 피해준다. 내무실 전체 관리를 맡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다니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므로 더욱 신경질 적이다. 보통 상병 말호봉은

하늘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권세를 가진다.

그리고 이 때 쯤 되면 군생활이 굉장히 지겨워진다. 1년이란 시간을 지냈다는 건

한 바퀴 돌았다는 의미이다. 군대는 대부분 매년 계절에 따라 하는 일이 똑같은데

작년에 한 일을 또 하려니 이제는 흥미도 떨어지는 것이다. 슬슬 시간이 느려진다.

상병 7호봉 쯤 되면 지루했던 청소도 바이바이다.

중요한 얘기를 빼먹었는데, 보통 커플들이 상병 초반기에 가장 많이 깨진다.

여자는 일년을 기다렸는데, 똑같은 시간을 한 번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암울해지고

남자는 무능력하기 짝이없다. 전역해도 딱히 비젼도 없고..

남자도 자기가 무능력하니 여자한테 계속 휘둘리고(싸우면 무조건 사과하는 건 남자

쪽이다) 많이 지쳐서 더 이상 관계를 끌어갈 엄두를 못 내고 결국 헤어지게 되는

스토리다.

병장 : 병장말 달면 군생활 끝날 줄 안다. 그런데 군대란 곳이 아래 언덕과 같다.


/

/ 그림이 허접해서 미안하다.

/

무슨 의미인고 하니 저 고비만 넘으면 끝날 것 같은데, 가보면 새로운 경사길이 시작된다

는 의미다. 병장만 달면 평지일 줄 알았는데, 진정한 군생활이 시작되는 거다.

180일 남았다고 하면 코 앞일 줄 알았는데, 아직도 아득하고..

병장 막 달면 물병장이라고, 물 냄새 난다고 저리 꺼지라고 다른 병장들이 괴롭히는데

그래도 즐겁긴 하지만, 상병 말봉이 병장 물봉보다 낫다고 모든 권력이 손을 떠난다.

기나긴 상병 8달을 지냈는데, 이제 병장 2호봉이라고 하면 구역질 나오려고 한다.

여긴 대충 넘어가자.

드디어 병장이 꺾였다. 이젠 무서운 거 하나도 없다.

슬슬 하늘같던 행보관님께도 기어올라 보고, 중대장님께도 농담 던져보고..

군생활은 드디어 세자리에서 두자리로 줄어든다.

이제 군생활 시작이다. 매일매일이 스탑워치 같다.

정말 누가 시간 갖고 장난치는 기분이다.

말년 꼬장이 시작된다. 그리고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다가온다.

어느새 군대란 곳에 너무 길들여져서..잘 해낼지..나가면 무얼 해야할지..

그래서 전방애들은 이 때 GOP를 선호한다.

잠깐 삼천포로 빠지는데, GOP는 병장이던 이등병이던 상관없이 하루 평균 6시간

정도 근무를 나가야 한다. 거기다 오후 1시 기상.. 일어나면 이미 반나절은 지난거다.

근무지 가면 어차피 자고..막사에는 스카이라이프 나오고..

간부 몰래 취사장에서 화투치고 포커치고 훌라치고..책 맘대로 보고..

나도 이 땐 훌라치고 책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내심 억울했다.

쓰바 어떻게 올라온 말년인데..ㅜㅜ

어쨌든 말년 휴가 출발 전날이 다가왔다.

애들한테 좀 두들겨 맞고 신고식 좀 하자.

마냥 좋다. 세상이 내 것 같다. 나가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말년 휴가 복귀했다. 3일동안 할 일 없이 내무실에서 뒹군다.

사람 미친다. 하루가 1년이다. 또 군생활 시작같다..보충대 같다..

애들은 날마다 저녁만 되면 나를 팬다. 그래도 좋다.

드디어 전역이다. 위병소 나서는 순간..그 기분..정말 하늘을 날 것 같다.

터미널에서 헤어졌던 동기들 개구리 마크(예비역)치고 다 만난다.

영창 간 놈 빼고..(이래서 영창가지 말래는 거다.)다시는 못 볼 것 같았던

얼굴 들인데..기나긴 꿈을 꾼 듯한 기분. 그 사이에 다들 많이 삭았다.


전역후: 눈이 자동으로 떠진다. 의욕적이다.

하지만, 일주일되면 입대전과 똑같다..이 쪽은 나중에 따로 글 쓰겠다.

다섯줄 요약: 긴 글 읽느라 수고 많았다.

최대한 평균(모든부대)낸다는 생각으로 썼다.

모든 계급은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병장 부분은 내가 GOP에 있었기 때문에 동기들이나,

주변 사람들 얘기를 많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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