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나는 이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지 않아’ ‘이 회사에 도무지 적응을 할 수 없어’라고 결론을 짓고 사표를 쓰기로 마음먹는다. 이 어려운 시대에.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너무나도 적성에 맞지 않거나 회사 분위기에 도저히 적응 못하는 경우라면 빨리 새로운 상황에 도전을 결심하는 게 맞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정답일 경우가 몇 %나 될까? 

CASE1
세상에 내 편은 왜 하나도 없지?
공과 사를 구분해 보았는가?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A양은 요즘 새로운 연애에 푹 빠져있다. 모처럼 만나는 좋은 조건의 남자다. 매력도 있고, 노처녀 타이틀을 벗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하루하루가 두근두근 설렘의 연속이다. 그러나 야근이 많은 A양. 칼퇴근이 가능한 직업을 가진 상대남은 카페에서 차에서 기다리며 “언제 끝나?” “아직 멀었어?”를 문자와 전화로 독촉해댄다. 결국 오늘 마무리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뤄두고 데이트에 나선다. 

다음날 아침, 전날 늦게까지 이어진 데이트로 오히려 늦잠을 자버렸다. 화장도 제대로 못하고 헐레벌떡 사무실로 출근. 팀장의 표정이 싸하다. 

“A씨, 어제 그 건 오늘은 꼭 마무리해서 보고하도록 해.” 

그러나 자리에 앉자 마자 그와 메신저로, 휴대폰 문자로, 틈틈이 전화통화가 계속돼 집중을 하지 못한다. 오후가 되고 퇴근 시간이 되도록 일은 마무리되지 않는다. 결국 사무실에서 큰 소리가 나고 업무는 엉망이 된다. 

CASE 2
왜 꼭 이렇게 해야 해요?
불평불만 게이지 100% 충전완료 됐는가?
 

공사에서 근무하는 B씨. 관료적인 조직이라 관례대로 해오는 일도 많고 유관부서끼리 균형과 조율을 해야 하는 민감한 일들도 종종 생긴다. 그런데 B씨한테로만 일이 가면 꼭 큰 소리가 나고 상사들이 나서고 추진하던 업무는 흐지부지된다. 

상사로부터 업무지시를 받는다든가 타부서로부터 업무가 넘어온다. 프로세스에 맞게 잘 정리되어 있는 경우는 50% 미만이다. 뭔가 빠져 있기도 하고 조금 억지스러운 면도 있다. B씨가 맡은 역할 외에 더 추가해야 하는 것이 나온다. 옆 자리 C씨는 그런 경우 그냥 좋게좋게 넘긴다. 자신이 대충 해결해주기도 하고 너무 어려운 일은 담당자를 조용히 따로 불러 “이러이런 게 빠져있어. 이건 내가 수정할 수 없으니까 거기서 다시 만들어줘. 일정은 내가 조금 늘려볼게.”라며 돌려준다. 

그러나 B씨는 다르다. 일단 “아니 이게 뭐야? 제대로 정리도 안하고 넘겼잖아.” 혼잣말이지만 주변사람들에게 모두 들리는 목소리로 불평을 시작한다. 그리고 담당자를 질책한다. 

“이거 이렇게 하면 곤란해요. 우리더러 어떻게 하라고요.” 

상사라도 나서서 “그냥 처리해”라고 편들면 “왜 꼭 그렇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다. 

CASE 3
난 기계가 아니야, 너무나도 숨 막혀!
자신이 게으르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가?
 

D대리는 오늘도 보고서를 통과시키지 못했다. 몇 주 동안 열심히 준비한 기획안이었다. 그러나 팀장은 “이건 지난번에 박대리가 냈던 거랑 별로 다를 게 없잖아. 그리고 데이터도 중요한 건 다 빠져 있네? 유관부서랑 협력사항은 확인된 거야?“라며 다그칠 뿐. 

도대체 더 이상 어쩌라고. 익숙하지도 않은 분야를 나름대로 공부해가며 이만큼 해냈으면, 고생 많았다고 칭찬은 못할망정 이렇게 면박을 주나? 요즘은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대세라는데 이 회사엔 도무지 그런 상사가 없네. 아, 답답하다. 그냥 급한 불만 끄고 주말에 어디 바닷가라도 가서 머리좀 식히고 와야겠어. 

자리에 앉은 D대리는 빠진 데이터를 해당부서에 요청하고 바닷가 펜션 검색에 들어간다. 옆 자리 후배는 그런 D대리가 영 걱정스럽다. 자신이 보기엔 기획안 전체 포맷을 다시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직장인이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이유 중 1위는 ‘과도한 업무량’이다. ‘내가 처리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많거나 어려운 업무가 주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에서 출발해, 실제로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여러 상황들, 최종적으로 성과에 대한 상사와 회사의 질책이 이어진다. 

같은 방식으로 한번, 두 번 반복되다 보면 사람들은 “저 사람은 능력이 떨어지는군”이라고 치부하게 된다. 본인 역시 의기소침해지고 자신감을 잃게 되며 의욕을 상실하게 되니 당연히 업무 효율은 더 하락하게 될 수밖에. 

소위 ‘일 못한다’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유형이 있다. 중요한 것을 빠트리고, 항상 늦고, 다른 사람에게 핑계를 대고 책임을 미룬다. 그러나 아무도 자신이 그런 인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그저 업무 그 자체에서 오는 자신의 스트레스만을 중시한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 내 능력보다 과도한 업무와 부당한 평가 기준이 억울하고 괴로운가? 그렇다면 아래 십계명을 차근차근 실천해보라. 

1. 나를 향한 주의와 경고를 인지하라 

“지각좀 하지 말지”라고 경고하는 상사. “자기 치마가 예쁘긴 한데 너무 짧은 거 아냐?”라고 평가해주는 동료. “선배, 오늘 팀장님 기분 안좋으신 것 같아요.”라고 알려주는 후배. “그 업체는 인원이 부족해서 미리 확인해두지 않으면 안돼.”라고 알려주는 옆 부서….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하는 것 같지만 이들이 너무나도 심심해서 아무말이나 지껄이고 다니는 게 아니다. ‘지각하지마’ ‘회사원에 어울리는 복장이 아니야’ ‘눈치없이 건드리지 말고 부서를 생각해서 조심해줘’ ‘네가 잘못하면 우리한테까지 영향이 오니까’라는 메시지다. 웃으면서 얘기한다고 웃으면서 흘려듣지 말고 반드시 복기하고 점검하라. 

2. 상사와 선배는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배워라. 상대가 귀찮아하더라도 묻고 확인하라. 일도 못하면서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 후배나 부하는 미래가 없다. 그리고 꾸준히 배우는 자가 승리한다. 어떤 일이든 한 가지 일을 10년 동안 하면 그 사람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 

3. 메모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라 

일 못하는 사람들의 100%는 중요한 것을 빠트린다, 상사가 지시한 것을 잊고 엉뚱한 것을 하고 있다,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하지 못한다… 등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가장 빠르고도 유일한 방법 한 가지, 메모와 확인이다. 통화를 할 때, 회의를 할 때 제발 메모하라. 그리고 확인하라. 업무를 처리한 다음 다시 그 메모를 보고 또 확인하라. 그리고 습관을 들여라. 

4. 시간엄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말해서 무엇하랴. 미리하면 효과 만점이지만 그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일은 절대로 미루지 마라. 반드시 해당 기한 안에 완료하라. ‘이건 이번주까지만 끝내면 될 텐데 왜 굳이 오늘까지 하라는 거야?’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건 당신의 권한이 아니다. 그리고 해서 가져가보면 반드시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다. 상사나 부서는 당신의 스케줄이 아닌 전체의 스케줄을 판단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5. 핑계 대지 마라 

윗사람들은 모두 겪어온 일이다. 정말 아닌 경우도 그렇게 생각해버리기까지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설픈 핑계를 대다가는 얕잡아 보이고 신뢰를 잃게 되는 단초를 제공한다. 억울해도 할 수 없다. 그러니까 핑계 댈 일을 만들지 않으면 되는 거다. 혼내면 그냥 깨져라. 

6. 고집부리지 마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더 나쁘다. 능력이 있고 없고 이것은 나쁜 버릇이지만 특히 능력 인정을 못받는 사람이 고집을 쓰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더 답답한 사람으로 경멸받기 쉽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는 걸로 보이기도 한다. 본인은 안다고 믿기 때문인데, 자칫하면 일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7. 말을 예쁘게 하라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어떤 지시나 업무가 떨어졌을 때, 일단 해보자는 마인드를 가질 것.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는 말부터 하는 것을 상사들은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마라.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표현을 하라. 그렇다고 말을 앞세우면 안 된다. 더 능력이 떨어져 보인다. 묵묵히 하는 것이 좋은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 

8. 상대 의견에 동조하라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판단 능력도 없는 줄 안다. 

9. 감정을 드러내지 마라 

투덜이로 비칠 수 있다. 과장은 상대를 질리게 하고 특히 뒤에서 궁시렁대는 것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상대에게 들어가게 된다. 특히 상사의 험담은 100%다. 

10. 사적인 이유를 대지 마라 

뺀질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사적인 상황 자체를 동료들이 모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장이 불러서 “아버님이 많이 편찮으시다면서. 회사 일은 걱정 말고 다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게.”라고 하기 전에는 회사사람들이 내 사생활을 알아서 나을 게 하나도 없다. 

[글 = 박윤선 (기업커뮤니케이션&컨설팅그룹 네오메디아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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