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피아 같은 인사부서

인사가 투명하지 않습니다.
은행은 개인의 특별한 능력을 원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즉, 어느 부서에 가던 누구나
쉽게 적응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인사이동에 있어 원칙이 없습니다.

학연과 지연, 그리고 소위 말하는 bag이 크게 작용하는 곳입니다. 성과 잘나는 지점, 칼
퇴근 하는 지점, 본점에서 잘나가는 부서, 이런 곳은 그 누구도 가고 싶어하는 곳이고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부서에 있으면 승진도 최우선, 이곳에 가기 위해서 수없이 많
은 로비가 이뤄지겠지요...

인사이동을 앞두고, 제조업에서는 보통 부서장이 상호 다른 부서장과 조율을 합니다. 이 사람 받고싶다. 이 사람은 절대 안된다...또는 나 이 사람 쓰고 싶다고 하면 인사부서에서 부서장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여 인사를 진행하고, 인사발표 나기 전까지 미리 우리 부서에 올 사람을 대략 예상할
수 있죠. 그러하다 보니 이 업무에 관련이 없는 전공이거나, 관련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
은 부서장이 거부를 하니 절대 올 가능성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허나 은행은 아닙니다.

부서장이 인사발표가 나는 그 당시까지 누가 오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은행 인사부서에 알아서 그냥 인사발령 내 버립니다. 물론 어떤 사람을 받고 싶다. 어떤 사람이 어느 부서에 가고 싶다 등 수요조사는 진행하나 결정은 인사부서에서 최종결정합니다.

정말 웃기고 코가 막히는 일이죠. 모든 부서 업무에 책임을 지는 부서장 조차 자기 밑에 오는 사람을 알지 못하고 선택의 여지도 없는 인사...바로 은행입니다. 본점 인사도 이러한데 지점간 이동은 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죠. 본인이 사는 곳을 배려하여 지역본부(여러 지점을 통합한 상위 단위) 를 결정하지만, 소위 집안좋은 명문가나, 기타 빽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영업이 쉽고, 성과 잘나는 지점으로만 돌아다닙니다.

그래서 은행에서 인사부의 권한은 막강합니다. 보통 채용, 성과관리, 부서배치 이 업무
가 인사부의 주요 업무인데, 채용은 제외로 하더라도 성과나 인사배치를 담당하는 과장들은 왠만
한 지점장 못지 않은 파워를 가집니다.

언젠가 어느 분이 한글, 엑셀파일 하나 다루지 못한 사람이 본점에서 자기 위 책임자로 왔다라는
글을 봤는데, 은행이니깐 가능한 인사입니다. 은행에서 책임자라 함은 일반 기업에서 핵심적인 실
무를 담당하는 과장, 차장급이라 보면 됩니다. 이런 실무책임자 자리에 한글이나 엑셀 파일 하나
다룰 수 없는 사람을 앉히는 것... 은행인사입니다. 그 부서장도 위와 같은 사람을 받고 싶었겠습니까? 그냥 인사부에서 떨어트리니 할 수 없이 받는 것입니다.

더 최악인 상황은 바로 은행원들 자신이 스스로 이러한 부분을 받아들인다는 거죠. 제가 지점에서
잠깐 근무할 때 인사부 출신이 과장으로 승진해서 지점으로 내려왔습니다. 지점 사람들 모두가 그
사람한테 잘 보일려고 아주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하더라구요. 계약직 텔러들은 어떻게 하면 그 사람
에게 잘 보여서 무기계약, 정규직으로 승진해 볼까 궁리하고 있고...지점장 또한, 자신의 아들 뻘인 그 사람한테 만은 아주 상사 대하듯 모시더군요. 전 그걸 보고...헉...그냥 멍하는 있었습니다.
인사부서는 아무나 못 갑니다. 1기수당 1명 갑니다. 귀하신 몸들인데 기수관리 해야죠. 순종혈통으
로 이어가야죠. 동기분들 중에 한명이 인사부로 가면 본인은 평생 인사부 못갑니다. 인사부는 항상
좋은 지점, 좋은 부서, 제일 먼저 첫 승진 스타트를 시작합니다. 참고로 제 동기 중에 인사부 간 친구는 이름 들으면 알만한 기업의 2인자 였습니다.

2> 동문회가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곳.
조직차원에서 동문회를 권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문회 한다고 누구하나 손가락질 안합니다.
자신의 인맥을 찾기 위해 동문회가 자연스레 이뤄집니다. 지연이 다소 느슨해진 분위기속에서 인
맥찾기 위해서는 동문회가 필수인 곳이 은행입니다.

이 게시판에서 고대 패거리 문화에 대한 논쟁이 있었는데, 그 논쟁속에서 그런 패거리 문화는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은행에 오시면 안됩니다. 그런 마인드를 가지면 평생 10시에
퇴근하는, 그러면서도 성과 안나는 지점에만 돌아다니다가 지점잠 한번 못해보고 은행에서 명퇴당
할 분들입니다.

3>든든한 빽을 이용하는 것이 부끄러워할게 아니라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곳...

빽을 서서 본점 핵심부서로 가던, 빽을 서서 승진을 하던, 빽을 서서 성과 잘나는 지점으로 가던누구하나 손가락질 안합니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곳입니다. " 뭐 이런 조직이야, 이런 문화 좀 바꿔야 해~~"가 아니라 "아 부럽다, 난 저런 ? 없나?" 이런 얘기하고 있습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제가 생각하는 은행이 좀 더 발전하려면 이런 인사 권력을 하향으로 이전해야 합니다. 실력에 따라부서를 옮기고 실력에 따라 성과를 받고 실적에 따라 승진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학연 지연 빽이 그나마 덜 영향을 받는 곳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얘기할 수 있으나, 일반 기업과 은행에서 둘다 근무해 본 결과 은행에 비교하면 기업은 정말 투명한 곳이라 할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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