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보..난 어쩌다 영장을 크리스마스 날 받았다.

집에 아무도 없어서 경비실에 우체부 아저씨가 맡겨놓았는데,

경비아저씨가 깜빡하고 있었던 건지, 아님 업무가 많아서 우체부 아저씨가 실제로

크리스마스날까지 배달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기분 최악이었지.

그 때 당시 심정이, 1월 중순 이전 입대 아니면, 칼복학이 사실상 힘들어서(26개월시절)

초조해하고 있었다. 보통 1달 전이면 영장이 나온다는데, 그 때 처음으로 병무청이

입대날짜 알려준다고 싸이트 공사중이고, 전화도 맨날 폭주해서 확인이 불가능했다.

어쨌든, 누나가 경비실에서 받아서 나한테 영장왔다고 말해주는데, 속으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크리스마스날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선물이네..라면서 얘기하는데, 누나가

"춘천 나왔더라"라고 얘기해서 내가 발끈하며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마"라면서

발끈하니까 "진짜인데.."라면서 건네 주더군..그리고 영장받고 방에 들어가 이등병의 편지

들으며 착잡해 하면서 방에서 담배 핀 게 엇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

어쨌든, 사설은 이만 늘어놓고..

102보충대는 춘천시 신북면에 있다. 남춘천역에서 내려서 택시타고 들어가면 되고..

102보충대와 306(의정부)보충대에서는 논산과 달리 훈련 업무는 하지 않는다.

보통 3일동안 대기하는데, 신체검사 다시 하고, 옷받고, 인성검사하면서 논다.

그리고 거기서 운명을 결정 짓는 뺑뺑이를 한다. 그리고 다시 사단 신병교육대로 이동한다.

입대한 애들 중 4명을 임의로 뽑아서 난수(아무 숫자)를 입력하게 한다.

보통 사단이 4개씩 나오는데, 나의 경우는 7, 12, 15, 21사단이었다.

여기서 나는 이미 11(젓가락), 27(이기자) 같은 데 갈 가능성은 0이다.

어쨌든 난수를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입대한 1000여명의 훈련 받을 사단을 결정 짓는다.

여기서 아주 운이 좋으면, 1군지사나 1군사령부 각군단 본부, 운전병으로 갈 애들이 뽑힌다.

참고로 102보에서 가장 축복 받는 게 일단 원주로 가는 거다.

강원도 군바리들에게 원주는 대학생(이쁜 젊은 여자를 볼 수 있다는 의미와 젊은 애들 놀거리가 있는 도시라는 의미)이 있고, 이마트가 있고, 요새는 좀 늘었지만, 강원도 유일의 맥도날드와 피자헛이 있다는 데서 꿈의 도시다.

그리고 운전병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좀 뽑고 어차피 얘네들도 강원도는 못 벗어나고

제1야수교(야전수송교육학교의 준말이던가?)에서 후방기 교육을 받아서 다시 강원도 내의 부대로 배치 받는다.

그래도 일단 사단 신교대에서 훈련은 같이 받는다.

나머지는 사단배치를 받으면 대부분 그 사단에 남게 된다.

3주차 때 다시 뺑뺑이를 돌리는데, 그 때는 세부 부대를 나누는 거다.

그러니까 자기가 갈 연대가 결정되는 거다.

신교대에서 사단 직할대(헌병대, 보수대, 본부대, 통신대, 군악병, 화학대 등)에서 와서

뽑아가기도 하는데, 이 때 보통 인사장교라고 중위가 와서 대충 괜찮은 학교 다니는 애들을

부르기도 하고, 특정과를 지목해서 부르기도 한다.

나는 보급수송대 인사장교가 경영학과만 불러서 한 10여명 갔는데, 대충 잘하는거, 자격증,

사회 경력 물어봐서 뻥 좀 치고 뽑혀가기로 결정했다. 통신대에서는 공대 애들만 불렀던 걸

로 기억한다. 어쨌든 직할대 뽑혀가면 좀 낫다. 보급이나 시설면에서 직할이다 보니,

저기 구석에 있는 소총수 부대보다는 대접이 괜찮은 건 사실이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102보에 가게 되면, 한 70%정도는 소총수가 된다.

102보는 철원을 제외한 강원도 전역을 맡고 있고, 우리나라가 동고서저의 지형이다 보니

전부 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당되는 사단은 GOP사단 7(칠성, 화천군), 12(을지, 인제군), 15(승리, 화천군)

21(백두산, 양구군, 내가 나온 곳) 22사(율곡, 고성) 23사(철벽, 동해안)이 있고,

예비 사단이라고 말 그대로 훈련만 졸라게 받는 사단으로는

2(노도, 양구-인제에 걸쳐 있음), 11(화랑(일명 젓가락), 홍천군) 27(이기자,화천군)이 있고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전부 행정구역이 군(郡)이라는 깡촌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이 사단들이나

2군단(화천-춘천-홍천), 3군단(양구-인제), 8군단(고성-동해안)에 가게 되는데,

군단에는 특공연대가 있고, 포병여단도 있고, 이것 저것 많은데, 귀찮아서 넘어간다.

가뭄에 콩 나듯이 향토사단이 있는데, 원체 인원이 적어서 갈 확률은 거의 없다.

36사(백호, 원주시, 꿈의 부대), 76사단(이름 몰라, 홍천군, 역시나 꿈의부대)가 있다.

강원도의 추위는 생각보다 심하다.

간단한 얘기로 영상30도일 때 기분은? 졸라 덥다.

영상 10도일 때는? 선선하니 괜찮다

영하 10도일 때는? 많이 춥다.

그럼 영하 30도일 때는? 당연히 졸라게 춥다가 정상인데,사람들이 영하 10도나 영하 30도나

비슷비슷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영하 30도는 가만히 서 있으면 내 발을 내가 자르고

싶어질 만큼 혹독한 추위다. 농담 아니고 영하10도면 오늘 좀 따뜻하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겨울엔 고기압일 때 당연히 훨씬 추운데, 시베리아 고기압이 남하 하시면

바람도 졸라 많이 분다. 그래서 실재 체감 온도가 대략 영하 45도정도까지 내려간다.
(영하 70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는데, 그건 옛날에 체감온도 계산표가 잘 못 되어 있어서 그런거다. 대충 풍속 1m/s에 0.5도 내려간다고 보면 맞다)

물론 이건 GOP가 있는 산꼭대기 부대의 경우긴 하지만, 그나마 산 아래에 있는 부대들도

거의 비슷하다. 근데 여기서 솔직히 얘기해서 내복에 깔깔이 상하의 입고 잠바 입고, 위에

파카 입고, 손에는 요술장갑에 가죽 벙어리 장갑 끼고, 핫패드 2개 받아서 근무 나가면 버틸

만은 하다. 다만, 발은 어떻게 해도 안 된다.발은 양말을 2겹 신어도 안 되고, 덧버선을 신

긴 하는데, 땀흘리면 동상의 위험과 함께, 양말이 많으면 양말이 흘러내리면서 불편해지므로

방한 대책에 한계가 있다. 열나는 깔창이 있는데, 후임이 쓰는 거 봤는데, 별 도움 안 되더

라. 실제로 오늘부터 기상뉴스만 열심히 보면, 강원도 산간 지역은 여름에도 최저기온

15정도 나오고 최고기온은 서울과 거의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최저기온인데..거기다 군인은

하루 중에 가장 춥다고 하는 새벽6시부터 움직이기 때문에, 기온이 많이 다르다.(지금도 새

벽에 자다가 서울거리 나가서 걸어보면 생각보다 춥다는 것을 알 수 있을거다)

GOP에 대해서는 강원도 GOP와 경기도 GOP에 대해 자세하게 썼었으니 넘어가고..

어쨌든, 훈련도 산타고 다녀야 되고, 추운 데서 하다보니 많이 힘들다.

거기다 워낙에 산간오지이다 보니, 그 동네에서 농담 안 하고 그 동네 20대의 젊은 여자를

본 기억이 단 한번도 없다. 민간인이라고 해야 할머니, 할아버지, 군인 자식들도 어린애들

정도..주말엔 면회온 애인들일테고..

내가 살았던 곳 뿐이 아니라 대부분이 이렇다. 강원도는..

그래서 강원도 땅개들이 은근히 자부심이 쎄다. 솔직히 육군에서 빡세다, 유명하다 하는

부대는 백마 빼고 전부 강원도에 있다(3, 7, 8, 11, 12, 15, 21, 22, 23, 27)

대충 이 정도면 102보충대에 간 뒤로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4줄 요약 : 102보 가면 전경아닌 이상 전역할 때까지 강원도에서 못 벗어난다.

102보 가면 대부분 시골에 있는 부대 간다.

102보에 가면 언니 보기는 사실상 불가능

강원도에 있는 부대들은 졸라게 춥다.

※사진은 내가 살던 동네..

남자가 우경계 총하고 있는 건 설정샷. 요새 누가 이런 짓 시키냐?-_-;

두번째 사진에 실제로 내 발 아래로 구름(사실 안개라고 해야겠지)이 깔리는 건 정말 멋지긴

하다. 사진을 올린 이유는..눈 내린 거 보라고..저거 군대가면 빗자루로 다 치워야 된다.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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