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있으면 또 다시 빛이 있는 법이야.

난 그래도 군대 내에서 사회 나와서도 도움이 되는 보직을 꼽으라면

운전병하고 취사병 밖에 없다고 생각해.

운전병이 구타가 심하다고 하는데, 구타가 심하면 좋은 점도 있어..

일-이등병 때는 많이 맞지만,

상병 넘어가서는 특히 병장 넘어가서는 내무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던 말던 나랑

관계없는 다른 나라 얘기야. 병장되서 내무실 관리하려면 얼마나 짜증나는데..

거기에 수송부는 내무실 2개에서 100명 가까이 살기 때문에,

청소할 인원이 많아서 상병 꺾이면 청소 안 하더군.

결정적으로 운행을 나가기 때문에 바깥 세상을 구경할 수 있어.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정말 민통선 안에 갇혀서 맨날 보는 산 맨날 보는 하늘

민간인은 구경도 못 해보고..얼마나 답답한데..

거기에 밖에 나가면 사제 물건도 쉽게 구할 수 있어.(지금은 비웃을지 몰라도

군용음식 먹다가 PX에서 구할 수 없는 음식 먹으면 정말 행복해)

그리고 술도 잘 구해서 먹지.

그리고 보험회사에서 50%할인 어쩌구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그래도 비포장 도로 운전하고 수리하다 보면 사회나와서 도움 되잖아?
(솔직히 군에서 배운 삽질 내가 어디다 써먹겠어..총기 명칭 외운 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결정적으로 운전병 계열은 숨어있는 땡보가 많아.

특히 대학생 천국 쯤 되는 애들한테는 추천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이거야.

일단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다니는 녀석 치고 트럭 모는 놈 못 봤어..

전부 신형짚차만 몰지. 신형 짚차를 몰면 참모부에 있는 데다가, 높은 사람들하고

있기 때문에 고참들이 못 건드린대(연대장 운전병이었던 내 친구의 말)

그리고 신형 짚차는 말그대로 신형=새차이기 때문에 고장도 잘 안 나.

그리고 여기서 좀 만 더 노력하면 꿈에 보직중의 하나인 1호차 운전병이 되는거야.

1호차 운전병은 대대장(중령)이상 전용 차량의 운전병을 말하는데,

대대장-연대장-사단장 등을 모시기 때문에 일과 시간 내내 당번실에서 놀면 돼.

운행도 좋은 데로 가고..

내 친구의 경우엔 연대장이랑 회쳐먹고 다니더라(정말 때려주고 싶었어)

나머진 좀 있다 적어줄께..

이어서 쓴다.

그리고 GOP에 가게 되거나 대대로 파견 가면 운전병 2-3명끼리 알콩살콩 살어.

참 이상한 게 부대 인원이 많을 수록 통제가 안 되서 그런지 구타도 심하고,

똥군기도 쎄지고, 가오도 많이 따져.

그런데, 인원이 적어지면 자기도 심심해서 그런지, 후임하고 장난치고 놀기 바뻐.

거기다 운전병은 결정적으로 훈련이 없어. 유격 하나 빼면 아예 없어.

생각해봐. 훈련 나가면 밥은 누가 나르고, 애들은 누가 옮겨..

다 차가 해야지..

그리고 운전병은 텐트 칠 필요도 없어(나중에 훈련 나가면 알겠지만,

훈련 나가서 텐트 좀 치고 자려면 이동하라고 한다.졸라 짜증난다.)

차 안에서 그냥 자면 되거든. 몇 개 형식적으로 치긴 하는데..그게 그거..

나 연대작전과에 있을 때 훈련 나가서 꼬질 꼬질한데,

수송부 놈들은 전부 멀끔하더라. 운행 나가서 씻고, 차 안에 세면도구도 다 있대..

3줄 요약 : 운전병 구타 심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군대에서 쓸모있는 보직 두가지 중에 하나야

그리고 은근히 땡보가 많고, 상병 꺾이고 나면 편해.

내 주변에 운전병 출신 사람들 얘기 들어봐도 확실히 운전병은 구타가 심해.

사고나면 안 된다고 긴장시킨다고 구타가 심하지.

특히 우리 연대 운전병들이 똥군기가 심했어..

사고나면 무조건 돌아볼 필요도 없이 수송부였지.

내가 군생활에서 실재로 본 탈영이 세건 이였는데,

신교대 훈련병, 포대, 운전병이였어.

포대녀석은 도망간지 40일만에 신교대 뒷산에서 얼어죽은 채로 발견되었고,

주머니엔 초코파이 껍질만이 들어있었지.참 가슴 아프지?

수송부 녀석은 논산에서 온 이등병 녀석이어서 지형을 잘 몰라서

옆 포병대대 교회에 숨어있다가 4시간만엔가 잡혔어.

그 사건 뒤로 수송부 내무실이 두개였는데, 전방(대대나 GOP)에 있는 애들 하산시키고

수송부에 있던 놈들 전방보내고, 그래도 남은 놈들은 지네끼리 내무실 바꾸라고

했는데, 한 2주 있다가 또 구타사건으로 줄줄이 영창가더라.

보통 GOP에 있는 애들은 하루 먼저 연대본부로 내려와서 수송부 내무실에서 자고

그 다음날 휴가 출발하는데, 내가 그 때 수송부에서 잘 때도

참 분위기 살벌했어. 일이등병 애들 정말 숨도 못 쉬고 살더라.

화장실에선 퍽퍽 소리가 난무하고..

옆에 후임에게 가만히 속삭였던 게 아직도 기억나..

"운전병 안 된 게 참 다행이다, 그치?"라고..

4줄 요약

결론은 운전병하고 포병들이 구타가 가장 심해..

공통점은 사고가 많이 나고, 대형 사고로 연결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지.

그래서 군기 잡아야 된다고 구타가 심해.

그래도 요샌 구타 많이 줄었으니 너무 걱정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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