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얘기하면 군대가면 사람된다.

하지만, 우리가 정확히 알아야 할 건..

군대가 사람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군대란 열악한 환경이 사람 만드는 것이라는 거다.

이 주제에 대해 꽤 오랫동안 생각해 왔는데, 결론은 이거다.

군대란 곳에 가면, 일단 자신의 몸이 더 이상 자신의 몸이 아니라

국가의 몸이 된다.

우리가 잘 아는 맥아더가 이런 말을 했지(맞나?가물가물)

"군대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있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곳은 아니다"

내가 기억하기로 어느 기자가 군내 문제에 대해 비판하면서 던진 질문에

맥아더가 이렇게 대답한 걸로 기억하고 있다.

말 그대로, 군대란 곳에 가게 되면 그날부터 니가 원하던 원치않던

22시에는 자야하고 6시에는 기상해야 된다.

수많은 행동들이 제약 받으면서 자유가 무엇인지 얼마나 사회란 곳이 소중한 곳이였는지

깨닫게 되지. 그리고 니가 밥 먹은 식판 니가 닦고, 니가 입었던 옷 니가 빨면서

모든 걸 자급자족하게 되면서 집이 얼마나 소중한 곳이었나를 깨닫게 된다.

또한, 군대에 가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카페의 특성상

평범하게 고등학교 나와 대충 4년제 대학 다니는 평탄한 인생의 사람들이었다고 가정할 때

만나보기 힘든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게 된다.

원양어선 타다가 온 놈, 보도방(다방 아가씨 배달)뛰다 온 놈, 사채하다 온 놈부터

용평 사장 아들, 흥국 생명 사장 아들 등 수 많은 종류의 사람을 만나보게 된다.

지금까지 니가 만나 본 사람들은 솔직히 너의 취사선택에 의해 남은 사람들이다.

그에 반해 군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니가 좋던 싫던 취사선택은 불가능하고

강제적으로 2년을 부대껴야 되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사회(직장)가 어떤 곳인지 대략이나마 알게 되지.

이 것만으로 직*간접적으로 인생공부를 하게 되지.

그리고 군대에 가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갈굼을 당하게 된다(구타는 거의 사라졌고)

양말 하나 제대로 안 짜서 내무실에 물 한방울 떨어졌다고 갈굼당하고

근무시간에 짝다리 한 번 짚었다가 3개월 전에 잘 못했던 것부터 시시콜콜 얘기하며

30분 동안 갈구는 녀석까지..

사회에 나오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 가지고 군대에서는 갈군다.

그 갈굼을 당하면서 니가 있던 곳이 얼마나 소중하고 친구들이 그리운지 알게 된다.

또한 니가 사회에서 해보지 않았던 수많은 일을 해보게 된다.

훈련소에서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제초작업하고 삽질도 해보게 될 것이고(여름 군번)

아님 새벽 4시에 졸린 눈 비비고 일어나서 영하 20도의 추위에 땀나게 눈도 쓸어보게

될 거다. 그리고 근무라고 야간에 피곤해 죽겠는데 일어나서 근무서면서 고참과

말장난 상대가 되주면서 처세술을 또 익히게 되겠지.

행정병이 되면, 간부가 집어 던지는 서류 얼굴에 맞으며 내가 여기 왜 왔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될 것이고..아버지 아프셔서 미칠 것 같은데, 그래서 휴가 나왔는데,

부대에선 미복귀할까봐 걱정하며 신신당부하는 걸 보고 쓴 웃음도 짓게 되겠지.

그리고 군대에서 아버지 때문에 휴가나가는 데, 아버지 팔아 휴가나가는 놈으로 비춰지다가

막상 돌아가시니, 난감해하는 걸 보며 세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알게 되겠지.(사람 심리에

대해, 그들은 니가 휴가를 많이 갔다는 것만 보고 있다.)..

그리고 부대에 걱정 안끼치려고 억지로 밝은 모습 보이고 남몰래 침낭 뒤집어 쓰고

울거나, 담배 필 때 갑자기 흐르는 눈물 주체 못했을 때, 담배 연기가 눈에 들어가서

그렇다고 연기하는 법도 배우게 될 거다. 그리고 남들은 나보고 후레자식(아버지 돌아가셨

는데 슬퍼하지도 않는다고..)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걸 듣고 허탈해 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포상휴가 받을 짬이 됐는데

분대장이 알고 보니 너는 휴가 많이 갔다왔으니까(공가나 청원으로 간 것들)

다음 애한테 넘기자고 할 때..그리고 아버지 100일 제사 못 모실 때..

한이 사무치게 되겠지..이거야 뭐 최악의 상황이고..


마지막으로

군대에 가면 2년의 시간을 땅에 꼴아박고 온다.

뭐 배우고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만은..나는 땅에 꼴아박고 온다에 한표다.

거기서 했던 삽질이 나의 체력에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거기서 했던 워드 작업이 나의 현재 과제 작성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자유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 사회란 곳이 얼마나 중요한 곳이었는지를 깨닫기 위해

그 걸 위해 2년이란 시간을 갖다 바치고 온 건 너무나도 아깝다.

지금 내 고등학교 동창 면제 받은 놈 서울대에서 박사 과정 밟고 있댄다.

나는 이제 4학년이고, 아직도 대학원을 갈지 취업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2년이란 시간은 적지 않은 시간이다.

군대가 사람을 만들어 주는 건 바로 이 2년이란 시간을 뺏어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잃어버린 2년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졸라게 후회된다.

그리고 군대 가기 전에는 대부분 군대라는 곳을 완충지로 생각한다.

고학년으로 넘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놀아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1-2학년을 낭비하게 되지..그리고 군대에 갔다 오게 되면 모든 것이 현실이 되어 있다.

매일 도서관에서 살고 있는 동기들..각자 자기 갈 길을 정해놓고 사는 동기들..

나도 그 중에 하나가 될 수 밖에 없고..

결국 군대가 사람 만들어주는 건 안타까운 그 2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남들은 얘기하겠지. 사람 됐다고..철 들었다고..

경쟁에 몰린 너를 보면서 말이다.

더 이상 어디에도 낭비할 시간도 없고, 할 게 없는 너에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