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 대해 엉터리로 알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길래 간단하게 써봄. 일단 기존의 명예훼손과 사이버 명예훼손은 거의 차이가 없다.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성립 요건이 2가지 더 많고(비방할 목적과 정보통신망 이용), 처벌이 약간 더 무겁다는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인 내용은 같다.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는것이 인정된다면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이라 하더라도 일반 명예훼손이 된다) 중요한건 일반적인 명예훼손과 다른 요건도 동일하다는 점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일반적으로 인터넷 상에서 모르는 놈끼리 쌍욕을 하고 치고박았을땐,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커녕 단순한 모욕죄도 성립이 안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쌍욕을 하는게 일상이 된 포털 사이트들의 경우, 관리자의 책임과 관련하여 불편한 잡음이 발생하는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어느정도 손을 써놨기 때문이다.

 

네이버 뉴스의 경우 코멘트를 작성한 사람의 아이디 앞글자 4개와, 일부분이 가려진 IP 어드레스 그리고 그 사람이 작성한 다른 코멘트들을 보여준다. 다음 뉴스는 닉네임(아이디 아님)과 다른 코멘트 외엔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다. (아고라도 여기에 아이디 앞글자 몇자리만 추가로 공개할 뿐이다) 네이트 판의 경우 자기가 그때그때 맘대로 적는 닉네임과 암호화된 IP 주소만 보여준다. 이런 닉네임엔 인격이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아이디 aaaa****에 IP가 111.222.***.***인 사람에 대하여 쌍욕이 담긴 악의적인 소설을 써서 수차례 인터넷에 올렸다. 이 때 피해자의 주변 사람이 그 소설을 봤다면, 그 대상이 된 피해자가 자기가 알고 있는 도곡동 사는 홍길동이라는걸 알 수 있을까? 없다. 결국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명예훼손이건 모욕이건 성립될 수가 없다. 아무튼 이 부분 때문에 웬만한 곳에선 암만 욕을 해도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실명을 거론하지 않아도 글에서 말하는 자연인/법인/정당/종교단체/노조 등이 현실상의 누구인지 알 수 있어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은 연예인, 정치인, 연쇄살인범 같은 유명인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삼성 오너 아들, 인셉션 주인공, 호수니 같은 직접적인 표현은 물론이고, 증여세 16억이나 마이너스의 손 같은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여전히 글을 읽은 사람이 이게 누구를 말하는 건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글의 내용에 따라 충분히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서로가 안면이 있는 소형 커뮤니티 사이트,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에선 비록 실명이 전혀 공개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닉네임이나 아이디가 어느정도 현실상의 인물과 링크가 되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 또한 타워팰리스 2차에 흰색 R8 4.2 타는 새끼 같은 표현도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 소나타 타는 새끼 같은건 대상자가 특정되지 않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악명은 명예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평가절하 한다 해도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 (가령 에드 게인은 식인계의 허접임. 식인계의 진짜 대부는 따로 있음. 같은 내용)

 

아이디 노출은 사실 약간 애매하긴 하다. 일반적으로 자기 닉네임이나 부분적인 IP 따위를 적시하며 욕한 사람이 있다고 고소장을 쓰면 신고도 안받아 준다. 근데 특정성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기가 애매한 경우 일단 보통 접수는 해준다. 하지만 대부분은 검창송치단계에서 그냥 드랍된다. 물론 아이디 같은건 검색 엔진에 이리저리 넣다 보면 신상정보가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이런 형태의 특정성은 보통 잘 인정되지 않는 편이다.

사실과 허위에 관해서도 종종 이상한 소리를 볼 수 있는데, 말한 내용이 순도 100% 사실이든, 순도 100% 거짓이든 전혀 상관이 없다. 처벌의 정도만 달라지는 것일 뿐이고, 성립 요건만 다 들어맞는다면 완전한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유일한 차이점은 그 행위가 형법 310조에서 말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조각될때 뿐인데, 이 경우엔 사실만을 말한 사람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는걸 자신이 입증해야 하고, 이것이 실제로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내용이다.

 

공연성의 경우 일반적인 명예훼손이나 모욕에서는 중요하지만, 웹상에서는 사실 별 의미는 없다. 인터넷 상에선 어디다 글을 쓰건 보통은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성립하니까. 물론 쪽지, 이메일, 메신저 처럼 1:1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서 쌍욕을 하는 경우 공연성이 결여되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니 정 욕을 하고 싶으면 이렇게 개인적으로 컨택할 방법을 찾아서 직접 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데 이렇게 1:1 소통이라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쌍욕을 하면 다른 법규로 처벌될 수 있다. 또한 딱 한번만 하더라도 아주 구체적으로 현실상에서 위해를 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면 협박죄로 처벌 될 수 있다. (가령, 너 이 씨발 XX동 YY아파트 ZZ동에 살지? 개씨팔 새끼 너 앞으로 7시에 출근할때 뒤통수 조심해라. 보이기만 하면 아주 그대로 사시미로 배때지를 쑤시고 모가지를 썰어줄테니까. 이런 내용)

 

그러니 아주 짱나는 사람이 있으면, 구체적인 현피 내용을 빼고 1회에 한해 메일, 전화, 메신저, SMS 등의 수단을 사용하여 욕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욕을 먹었으면 반드시 응징을 해야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프로필에 실명/생년월일/주소 따위를 적어두면 도움이 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