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점의 저가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약일까 독일까. 고품질 우유 1ℓ와 물이 섞인 우유 1ℓ를 고객이 구분할 수 없다고 할 때 흔히 두 우유는 같은 가격에 판매된다. 이런 경우 100퍼센트 우유제품을 판 상인은 파산하고 모든 상인은 우유에 물을 타서 보다 큰 이익을 챙기려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실제로 속고 있는데도 싼 값에 우유를 샀다고 착각하게 된다. ‘애틀랜틱’의 과학전문기자 앨렌 러펠 셸은 이런 그레샴의 법칙이 현재 만연해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1900년대 초 공장 조립라인부터 대형마트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어낸 인물들과 에피소드, 대형 할인점으로 인한 유통과 소비의 변화, 종국에는 소비자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보스턴대학교 과학저널리즘학 교수인 엘런 러펠 셸이, 저가 시장이 팽배한 현재 상황을 분석한 책이다. 저가 상품이 넘쳐나는 지금 시장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이득을 주고 있는 것인지, 저가의 함정에 빠져 도리어 잘못된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자신의 소비를 돌아보게 한다. 염가 상품과 '위험한 동거'를 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통해 그가 설명하는 시장의 문제점들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가격은 구매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가격만을 이유로 구입한 수많은 제품들은 한번도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하고 집 구석에 놓이거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적당한 가격에 믿을 수 있던 제품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엘런 러펠 셸은 현재의 저가 시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소비자가 왜 저가 상품에 열광하는지, 그리고 적당한 가격과 적당한 품질을 제공하던 중간 계층의 상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를 설명한다.

완벽한 가격 CHEAP/엘렌 러펠 셸 지음, 정준희 옮김/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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